조직 정비·체질개선도 힘써 경쟁력↑
"대형 고객사와 계약, 선순환 출발점"
파운드리 점유율 두자릿수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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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빅테크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초미세 나노 공정의 플레이어가 한정된 상황에서 이제 삼성으로 일감이 나눠지고 있는 현상으로 봤다. 물꼬를 텄고 줄줄이 수주로 이어질 좋은 시작점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AI4 칩을, TSMC는 AI5 칩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4·AI5·AI6 칩은 모두 완전자율주행(FSD) 구현의 핵심으로 AI6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기술력이 사용될 예정이어서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진다. 업계는 테슬라가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삼성과 TSMC에 각각 생산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4년 1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7%로, 1년 전(11%)에 비해 3.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TSMC는 67.6%로 60%포인트에 달하는 격차를 벌렸고 중국 SMIC는 6.0%로 삼성전자와의 차이를 불과 1.7%포인트까지 좁혔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 수익성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에는 5조원 이상의 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2조원대 적자가 이어졌다. 특히 파운드리는 수율 문제, 설계자산 확보 부족, 고객 신뢰 이슈 등으로 수주 경쟁에서 고전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형 수주에는 삼성전자의 기술적 진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의 수율을 상당 수준 개선했으며 실제로 엑시노스 2500(3㎚)이 삼성의 폴더블 신제품 갤럭시 Z 플립7에 탑재됐다. 하반기부터는 2나노 공정에서 엑시노스 2600 탑재용 칩의 양산이 본격화될 예정이며 최근 테스트에서는 수율이 30%를 넘어 40%대 진입이 임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조직 정비 및 전략 재설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전영현 부회장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11월 말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부회장에 공식 위촉했고, 올해 초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직을 최종 확정했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 재건은 물론 파운드리 부문의 체질 개선을 이끌 '구원투수'로 낙점된 인물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TSMC가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생산량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며 "삼성의 2나노·3나노 공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수율만 안정화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처럼 대형 고객사가 장기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시장 신뢰 회복의 상징이자 또 다른 고객사와의 추가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도 향후 경쟁력 측면에서 주목된다.
이 교수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두 기술이 결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비메모리 사업의 흑자 전환과 파운드리 점유율 두 자릿수 회복을 위한 전략적 수주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