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한반도 덮친 이상기후]극한 폭염·폭우에 인명·시설피해 느는데…방재 대책·인프라는 30년 전에 멈춰있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29010016360

글자크기

닫기

김홍찬 기자

승인 : 2025. 07. 28. 18:02

도로·철도 등 기반 시설 20% 노후화
전문가 "배수관로 확장 등 대책 필요"
전국에 40도 가까운 '극한 폭염'과 기록적인 폭우가 반복되면서 인명·시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기상 현상으로 국가적 재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재 대책은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6~20일 사이 전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24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실종됐다. 시설 피해는 1만6617건 발생해 피해 복구 비용만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컸다. 실제로 지난 17일 하루 동안 충남 서산과 광주에는 각각 438.9㎜, 426.4㎜의 비가 내렸다. 이는 7월 평균 한 달 강수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울러 집중호우 예측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7일 광주에 최대 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론 이보다 5배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폭염 피해 역시 심각하다. 질병관리청이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누적 온열환자는 229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06명) 대비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11명이나 발생했다. 또 폭염으로 인해 아스팔트가 녹아 지반 침하가 발생하거나 철로가 휘어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되는 등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손바닥 뒤집듯 반복되는 가운데 인명·시설 피해를 줄여줄 방재 인프라의 일부는 노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철도·전기·수도·댐 등 30년 이상 된 기반 시설물은 약 3만5000개로, 전체 20%에 달한다. 특히 도심 배수 능력은 올해와 같이 100년·200년 빈도 호우를 감당하기 턱없이 부족하다.

2023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우수저류시설 118곳 중 30곳이 30~50년 빈도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이 전국 14개 댐·저수지를 대상으로 56가지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장기적으로 61%에서 댐이 넘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은 장대레일을 설치할 때 온도 변화에 따라 궤도가 틀어지는 현상을 방치하기 위해 통상적인 대기온도(상한 40도·중위 20도)를 기준으로 설계하는데, 이 기준은 1966년 지정된 이후 아직도 사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현상에 대한 단기 대책을 세우면서 재난 인프라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재난을 봤을 때 기준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며 "배수관로 확장 등 급한 문제를 해결할 대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수 용량, 하천 설계도, 제방 높이 등을 시간당 100㎜ 폭우도 견디도록 재점검해야 한다"며 "도심 외곽에 오히려 폭염 인프라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홍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