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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피하려다… EU, ‘울며 겨자 먹기’ 불리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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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7. 29. 09:50

미·EU 관세 합의, 트럼프 보호무역 기조에 지나치게 기울어
프랑스 등에서 "항복" 등 격한 표현까지 나오며 반발 확산
USA-TRUMP/BRITAI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버리에서 열린 미·유럽연합(EU) 간 무역 합의 발표 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관세 협정에 합의해 최악의 무역전쟁은 피했지만, 이번 합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기울었다는 비판이 유럽 내에서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EU산 제품 대부분에 대해 15%의 일률적 관세를 부과하고, EU는 미국산 제품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EU 측은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유럽 산업에 집중될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같은 경쟁국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랑스 등에서는 "항복"과 "굴욕"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나오며 반발이 확산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스코틀랜드 트럼프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합의 내용을 발표하며 이를 "대규모 합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EU, 특히 독일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25%)를 완전히 철폐하려 했지만 결국 15%로 낮추는 데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엔 2.5%에 불과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는 "15% 관세는 독일 자동차 업계에 연간 수십억 유로 규모의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최대 30%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압박했고, 이는 EU 측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합의로 EU 수출품의 약 70%가 관세 대상이 됐다. EU는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는 철폐했지만, 와인과 주류 등 일부 품목은 협상이 보류됐고 철강(50% 관세) 문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브란도 베니페이 유럽의회 미·EU 관계 대표는 "이번 합의는 매우 비대칭적이며 일부 회원국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합의를 원한다는 점을 미국이 파악했기 때문에 협상력이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EU 측은 이번 합의가 단순히 무역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로슈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협상은 무역뿐 아니라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현재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며 "세부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무역 이외의 현안도 논의됐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산 에너지와 무기 구매를 확대하고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성격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각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체결한 기존 협정에 따라 미국산 무기 추가 구매를 추진하고 있었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을 확대해왔다.

또한 추가적인 에너지 구매와 미국 내 투자는 회원국과 민간 기업의 결정에 달려 있어, EU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한계도 지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의 총리는 "협상이 타결된 것은 환영하지만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 규정은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무역 갈등을 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 출신의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장은 "첫 평가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명백히 받아들이기 힘든 양보가 있었고 불균형이 심각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은 EU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자국 산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불리한 조건에도 합의를 수용했음을 보여준다고 WP는 짚었다.

EU는 지난 몇 달간 협상과 파행을 반복하며 불확실성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상황에서, 산업계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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