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기술·서사 이끄는 버추얼 아이돌, 지속 가능한 플랫폼 구축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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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빌보드 최신 차트에 따르면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핫 100' 2위에 올랐고 OST 8곡이 동시 진입했다. OST 앨범도 '빌보드 200' 3위에 올라 싱글·앨범 모두 1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헌트릭스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성과는 버추얼 아이돌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실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앞서 플레이브·이세계아이돌 등이 팬덤과 시장성을 입증하며 버추얼 그룹의 기반을 다져온 만큼 헌트릭스의 사례는 그 흐름을 본격적으로 주류 무대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K-팝 중심에 있는 SM과 하이브도 가상 아이돌 시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SM은 에스파 세계관의 캐릭터 나이비스를 지난해 9월 정식 데뷔시켰고 다음 달 7일 신곡 '센서티브' 발매를 앞두고 있다. SM에 따르면 단순한 음악 활동을 넘어 웹툰·게임·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IP 유니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MBC와 버추얼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만큼 '쇼! 음악중심' 출연 등 방송과 연계한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자회사 수퍼톤을 통해 가상 아이돌 신디에잇을 선보인 바 있다. 가상 아이돌 신디에잇은 '목소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설정의 가상 세계 '낸시랜드'를 배경으로 활동한다. 이 세계관은 수퍼톤이 지향하는 '음성 기반 창작' 철학과 맞닿아 있다. 수퍼톤은 실시간 AI 음성 변환 기술 수퍼톤 시프트를 통해 연출 의도에 맞는 보컬을 구현하며 앨범 콘셉트에 따라 목소리 톤을 조정해 새로운 음악적 색깔과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가상 아이돌은 콘텐츠 생산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현실 아이돌과 다른 강점을 지닌다. 훈련·데뷔·투어 등 체력 소모가 큰 기존 시스템과 달리 병역·건강·사생활 이슈에서 자유롭고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이 가능하다.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과 결합되며 팬덤 유지와 확장에서도 높은 효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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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데몬헌터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린 계기가 됐다. 캐릭터가 단순한 조연이 아닌 독립된 서사를 지닌 주체로 설계됐고, 음악·퍼포먼스·세계관·기술이 결합된 융복합 콘텐츠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상 아이돌들도 팬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감정을 건드려주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다"며 "언어만 다를 뿐 세계관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보여지는 캐릭터'로만 인식해서는 안 되며, 감정 알고리즘과 서사를 통해 성장과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케이팝데몬헌터스'는 이러한 요소를 잘 반영해 OTT 공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은 사례"라고 전했다.
다만 가상 아이돌 산업은 고도화된 기술 의존도·캐릭터 정체성 유지·콘텐츠 과잉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제작비 부담과 서사 부족은 팬덤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인 전략과 기술 안정성이 함께 요구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이 시장이 IP 경쟁 중심으로 전개되고 다양한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캐릭터들이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평론가는 "버추얼 아이돌 산업은 높은 제작비와 기술 의존도라는 한계를 지닌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팬덤 참여를 수익으로 전환할 플랫폼과 효율적인 기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기술·콘텐츠·팬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 설계다. 이제 중요한 건 정교함보다 얼마나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