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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영웅 최봉설 지사…“살아생전 묘지 공사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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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기자

승인 : 2025. 07. 31. 17:39

박영택 이사장 “잊힌 독립운동가의 안식처 지키는 후손의 도리”
 독립운동가 최봉설 지사의 묘비 교체 前과 後. / 사진=한국역사문화원
카자흐스탄 쉼켄트의 한 공원묘지. 이곳에는 강제 이주된 고려인 독립운동가 최봉설(崔鳳卨) 지사가 80여 년째 홀로 잠들어 있다.

그의 묘비에는 오랫동안 ‘최봉솔’이라는 잘못된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독립운동의 흔적과 업적은 단 한 글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최 지사는 일제강점기 간도청년회·철혈광복단·적기단 등에서 무장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1920년 만주에서 ‘15만원 탈취 의거 사건’(현재 가치 약 150억원)을 주도해 독립군 5000명을 최신 무기로 무장시킬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1937년 한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옮겨간 뒤, 말년은 카자흐스탄에서 보냈다. 1990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묘역은 비가 오면 침수되고, 바람이 불면 흙과 쓰레기가 덮인다.

96세인 막내딸은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꼭 알려지고, 살아 있을 때 묘지 공사가 마무리되길 바란다. 그게 제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지난해 민간 비영리단체인 (사)한국역사문화원(이사장 박영택)이 나섰다.

국민과 유족의 뜻을 모아 묘비를 교체하고, 생애와 업적을 한국어·현지어로 새겼다. 하지만 침수와 훼손을 막기 위한 묘역 상향 공사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역사문화원은 2026년 상반기 공사 완공을 목표로 ‘후원 1인 8150원(8·15 광복 기념)’ 모금 캠페인을 재개했다.

박영택 이사장은 “묘역 상향 공사는 단순한 단장이 아니라, 잊힌 독립운동가의 안식처를 지키는 후손의 도리”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후손들은 직접 손을 쓸 형편이 안 된다. 

이들은 “이름조차 잊힌 독립운동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시간”이라며 모국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안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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