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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우승’ 역사적 자리에 다시 선 교토국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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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7. 31. 14:08

“동해바다 건너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던 고시엔의 여름,
이제는 ‘경험’을 무기로 다시 그라운드를 마주한다... 71개 팀을 제친 교토부 예선 4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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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당일, 관중으로 가득 찬 고시엔 스타디움. 여름 햇살 아래 전국에서 모여든 관중들이 가득 찬 관중석. 이 날 교토국제고의 첫 우승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 중 하나로서, 분위기의 뜨거움을 생생히 기억한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25년 여름, 다시 고시엔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무대에 교토국제고가 다시 선다. 지난해 여름,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린 한신 고시엔 구장. 그날 필자는 직접 오사카에 도착해 경기장을 찾았다. 상대는 강호 간토다이이치고. 정규 이닝 내내 점수를 주고받지 않던 두 팀은 연장 10회에 접어들었고, 교토국제고는 선공에서 2점을 뽑았다. 마지막 수비, 마운드에 오른 니시무라 잇키가 던진 체인지업은 결정구가 되었고, 헛스윙 삼진. 그렇게 교토국제고는 사상 첫 여름 고시엔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직후 울려 퍼진 교가는 일본 전역에 생중계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해바다 건너서~"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는 스탠드를 가득 메운 응원단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장내를 뒤덮었다. 일부 일본 관중들은 낯설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를 포함한 현장 관람객들은 그 순간이 단지 스포츠 이상의 무언가라는 것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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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3일 고시엔 결승전 관람 티켓.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 교토 국제와 간토다이이치의 역사적 맞대결을 직접 보기 위해 구매한 티켓. 이 날의 감동을 증명해주는 실물 기록이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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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를 가득 메운 교토국제고 응원단의 열기.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응원은 선수들의 투지와 어우러져 또 하나의 승부를 만들어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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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 매치업 안내판. 2024년 8월 23일 오전 10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은 교토 국제(京都?際)와 간토다이이치(?東第一)의 맞대결이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지난 7월 초 개막한 제107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교토부 예선에서 교토국제고는 총 71개 참가팀 가운데 우승을 차지하며 여름 고시엔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우승팀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이들은 매 경기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하는 전력을 바탕으로 결승까지 탄탄하게 나아갔다.

3회전에서는 교토고요고와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3-2로 승리했다. 연장 승부치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경기를 운영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4회전에서는 키타사가고를 상대로 10-3, 7회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회부터 집중타가 이어졌고, 선두타자 하세가와 하야테와 4번 시미즈 우타가 중심을 잡으며 공격의 리듬을 이끌었다. 투수 니시무라는 6이닝 동안 7탈삼진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고, 후반에는 하세가와 하야테가 직접 마운드에 올라 마무리를 책임졌다.

준결승 상대는 릿쿄우지고였다. 경기 초반 0-1로 끌려가던 교토국제고는 4회 동점을 만든 뒤 5회에 다시 점수를 뽑아내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팀 전체가 11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선이 고르게 폭발했다. 에이스 니시무라는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단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결승전은 도바고와의 맞대결이었다. 1회말, 상대 중심 타선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0-2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교토국제고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5회에 시미즈가 2타점 동점타를 만들어내며 흐름을 되찾았고, 8회에는 하세가와 하야테가 적시타를 날리며 3-3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9회말 6번 이노마타 류가가 우익수 방향으로 날린 타구가 끝내기 안타가 되며 극적인 4-3 사요나라 승리를 완성했다. 니시무라는 이날도 141개의 공을 던지며 12탈삼진을 기록,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팀을 고시엔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교토국제고의 이번 예선 여정은 단순한 전력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 경기들이었다. 공격에서는 주요 타자들이 매 경기 고른 활약을 펼쳤고, 마운드에서는 니시무라가 흔들림 없는 피칭으로 중심을 잡아줬다. 경기 내용뿐 아니라 매 타석, 매 수비에서 드러난 집중력과 경험의 무게감은 이 팀이 왜 지난해 챔피언이었는지를 재확인시켜 주는 장면들이었다.

예선을 치르며 드러난 약점도 분명 있다. 투수진의 뎁스 부족과 수비 집중력에서 아쉬운 장면이 몇 차례 있었지만, 그 단점을 뛰어넘을 만큼의 조직력과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결승전의 역전과 끝내기 장면은 교토국제고 특유의 끈기와 응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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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개장 이후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로 불려온 고시엔 구장. 담장을 뒤덮은 담쟁이넝쿨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본선에서도 교토국제고는 다시 한 번 주목받는 팀이 될 것이다. 압도적인 전력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해의 우승 경험과 이번 예선에서 증명한 경기 운영 능력은 어떤 강호를 만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힘이 되어줄 것이다.

올해 교토국제고의 전력은 냉정히 보면 작년보다 불안정하다. 중심 타선의 파괴력은 다소 줄었고, 투수진 역시 니시무라 외의 확실한 두 번째 카드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본선 무대에서는 경험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지난해 우승의 기억은 팀 전원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와 같다. 3학년이 된 니시무라는 직구와 체인지업, 그리고 새롭게 익힌 슬라이더를 무기로 한층 성숙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으며, 팀의 득점 생산은 하세가와 하야테, 시미즈 우타, 이노마타 류가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목표로 8강 진출을 언급하기도 한다. 체력 분산과 계투 운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교토국제고는 이미 '한 번 해본 팀'이다. 전국무대에서의 흐름과 분위기를 알고 있고, 그 분위기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이 있다.

지난해 여름, 나는 그들의 첫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올해, 그들은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한다. 정점에 올랐던 팀이 1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정상에 도전하는 것. 그것이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드라마의 본질일 것이다. 고시엔의 여름은 다시 시작됐고, 그 중심에 교토국제고가 서 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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