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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검찰 그리고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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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5. 07. 31. 22:10

검찰개혁 의지 밝히는 박찬대 당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토론회에서 당대표 당선 이후 검찰개혁 추진 계획과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민훈 증명사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사법개혁의 시계 바늘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검찰개혁을 위한 초안을 마련했고, 여당은 이르면 8월 안에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사법개혁 역시 가시권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뽑는 8·2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자 모두 사법부를 겨냥한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다. 법관 외부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법을 왜곡하는 판사를 처벌하는 '법 왜곡죄' 신설 등 사법개혁으로 법비(法匪)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개혁에 방점이 찍힌 정부·여당의 구상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검찰과 법원의 표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한 대형로펌 소속 A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근무 중인 동료 B씨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 늦은 밤 거나하게 술에 취한 B씨가 전화를 걸어와 "법원이 이렇게 망가지면 안됐다"라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수장들을 향해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 변호사는 B씨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심정이라며 개혁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검찰청에서 얼마 전까지 근무했던 한 검찰 수사관은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검찰 내 일부의 문제로 일선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날들이 모두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져 검찰을 나오게 됐다고 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고소·고발장의 오류를 파악해 사건을 확대하는 특수 수사가 오히려 검찰의 권한을 내어주고 개혁을 앞당기게 됐다고 했다. 정치적 중립 또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검찰·사법개혁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그러니 이젠 지켜봐야 한다. 정부·여당에서 주장하는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거대한 권력을 분산시켜 이른바 '검찰권 남용'에 따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 검찰개혁을 최일선에서 이끄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의 분산, 수사기관 간 견제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거스를 수 없는 개혁 방향"이라고 강조했듯 시대적 소명을 다 하길 바라겠다.

그러나 검찰·사법개혁 이후 일어날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뒤바꾸는 개혁 법안으로 국민 한 명이라도 피해를 본다면 그 책임을 수사기관에 돌리지 않길 바란다. 또 정치적 예외 조항을 쏟아내며 검찰·사법개혁을 '누더기 법안'으로 만들지 않도록 속도전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오롯이 '국민을 위한 법'으로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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