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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테일러메이드 주인찾기…두 자본의 다른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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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연 기자

승인 : 2025. 08. 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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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 골프클럽 테일러메이드 퍼포먼스 스튜디오.
이창연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싼 에프앤에프(F&F)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PE)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투자 수익을 회수하려는 사모펀드와 장기적 사업 비전을 강조하는 전략적 투자자 사이의 충돌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사례는 브랜드의 방향성과 정체성이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설계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F&F는 2021년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당시 5500억원 이상을 출자한 전략적 투자자다. 계약 당시 우선매수권과 사전동의권을 확보하며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실제 F&F는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매수주관사로 선임하고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나섰다. 이미 이사진 일부가 사임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인수 준비가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센트로이드는 F&F의 사전동의 없이 테일러메이드 매각 절차를 추진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사모펀드는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다. 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있고 최근 시장 가치가 높은 상황이라면 매각 타이밍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F&F는 골프용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침체된 국내외 패션 업황을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F&F는 'MLB' '디스커버리' 라이선스 브랜드를 론칭해 키워낸 바 있다.

문제는 '우선매수권'이다. 테일러메이드 매각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F&F는 같은 조건으로 인수할 권리를 갖는다. 현재 예비입찰이 임박한 가운데 F&F는 몸값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매자 숫자가 제한되거나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 F&F에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경쟁이 과열되면 인수 부담은 급증할 수 있다.

단순히 누가 더 많은 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이번 인수의 본질적 질문이어야 한다. 단기 재무성과 중심의 매각은 테일러메이드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일관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경영 주체가 바뀌었다고 해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는 건 아니지만 방향성이 바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패션업계에선 이번 인수 시도가 미스토홀딩스(구 휠라홀딩스)의 타이틀리스트 인수 사례와 유사하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에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품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번 테일러메이드 역시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의 궤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은 당장 누구의 손이 빠르냐에 주목하고 있지만 브랜드는 시간을 두고 축적되는 자산이다. 테일러메이드라는 이름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누가 더 빨리'가 아니라 '누가 더 멀리' 보는가일지 모른다.
이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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