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투자액만 1500만달러…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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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최근 미국 바이오 벤처 '스트랜드 테라퓨틱스'의 시리즈B(사업 개발 본격화 단계) 투자자로 참여했다. 스트랜드 테라퓨틱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 개발사다. 2017년 매사추세츠공대(MIT) 바이오 엔지니어링 전공자들이 창업한 이 회사는 체내 세포를 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을 통해 암,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LG는 자사 벤처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바이오 분야 누적 투자액은 5000만 달러(약 695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까지 바이오 분야 투자액이 3500만 달러(약 486억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서만 7개월 만에 4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바이오 사업은 구광모 회장이 직접 챙기는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한다. 앞서 LG는 1961년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획득한 후 1981년 국내 최초 유전공학 연구실을 신설하고, 1984년 의약품 사업부를 출범시키며 바이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구 회장은 2022년 중장기 전략보고회를 통해 2026년까지 5년간 ABC 전략에 약 7조원을 투입,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단 포부를 밝혔다. 분야별 투자 규모는 AI·데이터 3조6000억원, 바이오 1조5000억원, 클린테크 1조8000억원이다. 바이오 시장 선점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LG화학 생명과학본부, LG AI연구원,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 삼각편대도 구축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난치병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미래에 도전할 것"이라며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에티온'을 비롯 희귀 비만 치료제 개발 기업 '아드박 테라퓨틱스', 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아셀렉스' 등에 4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특히 아드박 테라퓨틱스는 주요 치료제 후보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으로, 2027년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LG는 바이오 사업에 AI 기술을 연계하는 연구개발도 병행 중이다. 지난달 LG AI연구원이 공개한 '엑사원 패스 2.0'이 대표적이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패스 2.0은 유전자 변이와 발현 형태, 인체 세포와 조직의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예측해 기존에 2주 이상 걸리던 유전자 검사 시간을 단 1분으로 크게 단축시킨다.
이밖에도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 황태현 교수팀과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며, 세계적 유전체 연구기관 잭슨랩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서울대 백민경 교수팀과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