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장기적 생활보장 역부족 평가
업계, 예측 가능성·신뢰도 하락 지적
"복지권리 정착 위해 제도 뒷받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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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버론은 지난 7월 사업 예산 380억원이 소진되며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한 뒤, 지난 1일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250억원을 추가 확보해 이달 둘째 주부터 대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실버론은 전월세 보증금, 의료비,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 용도로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연 2.51%의 저금리로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다. 2012년 도입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대출자 수는 약 10만5000명, 누적 대출액은 5669억원에 달한다. 용도별로는 전월세 보증금이 55.1%(2,968건), 의료비가 43.7%(2,351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실버론은 운영 초기부터 예산 구조의 불안정성과 제도 설계상 한계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왔다. 연 단위로 한정된 예산이 배정되다 보니 수요 증가 시 중단과 증액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구조가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실버론 예산은 최근 3년 연속 조기 소진된 뒤, 기금운용위에서 증액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후 대응' 방식이 정책 설계의 일관성과 제도 정합성을 흔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수요에 반응할 뿐, 제도 확대나 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실버론은 고령층의 급전 수요를 단기적으로 해소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만, 노후 빈곤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금 수령액이 낮거나 생활비가 부족한 수급자들에게 단기 대출만 제공할 뿐, 장기적인 생활 안정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실버론의 정책적 위치 역시 구조적 모순으로 지적된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수익 일부를 활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복지부의 긴급복지 성격에 가까운 제도다. 그럼에도 예산 증액 여부가 기금운용위를 통해 결정되는 방식은 정책 독립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제도가 중단될 경우 대체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령층의 금융 접근에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수급자가 신용 하락이나 금융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실버론은 취약한 노후생활을 보완하는 최소한의 장치지만, 예산에 따라 운영이 좌우되는 구조는 제도의 신뢰성과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노후 빈곤이 구조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일정 수준의 복지 권리로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