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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나오던 추측이지만 어느새 중론이 돼 버렸습니다. 에너지 고속도로·RE100 산업단지·마이크로그리드(MG),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들여다보면 결국 중심은 '전남·전북'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도 고개를 갸웃합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발표하는 에너지 정책이 실패 선례가 있는 과거 역점 사업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을까라는 의문도 남습니다.
지난주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는 2000억원을 투입해 전남 지역에 MG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2~3년에 걸쳐 MG를 깔고 이후 상황을 고려해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을 도입하는 한편, 분산특구로 지정해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10년 전 박근혜 정부도 MG 사업을 6대 에너지 신산업으로 지정해 전남(섬 위주) 지역에서 실증사업을 벌인 바 있다는 점입니다. 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한 실증사업의 결과는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는데, 그 이유로 산업부와 한전 그리고 업계 모두 '재생에너지 발전량 및 기술력 부족'을 꼽았습니다.
특히 '20여년 간 반복돼 온 이야기'라는 회의론이 거셉니다. 가장 먼저 시작된 2003년 구역전기사업제도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든 '지능형 전력망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뒤이어 나온 박근혜 정부의 MG 사업, 지난해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 결국 비슷한 개념의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모두 특정 구역 혹은 지역에 직접 전력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지만, 이제 막 시작한 분산에너지 특별법을 제외하면 20년 동안 성공 사례는 보이지 않습니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기대론도 나옵니다. 실제로 전남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5년 920메가와트(㎿)에서 지난해 6590㎿로 7배나 증가했습니다. 또한 태양광의 단가도 2014년 킬로와트시(㎾h)당 220.8원에서 현재 125.8원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10년 간 시장 성숙도가 올라왔다는 방증입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풍력터빈도 과거에 비해 현재 10㎿~20㎿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지라 지금 마이크로그리드를 설계한다면 2~3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전력사업 구조 재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탄소 혹은 무탄소 전원으로의 전환, 그리고 이에 따른 민간·소규모 발전소들의 역할 확대, 전력계통 운영 난항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러나 20년간 한전의 전력산업 구조는 2004년 배전분할을 중단한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업계도 학계도 이렇게 주장합니다. "미래 전력망 사업이 혁신을 이루려면 결국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20년간 큰 성과 없이 공회전하고 있다면, 제대로 된 분석을 통해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합니다. 한 관계자는 "변화의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못하겠지만, 같은 목소리로 꾸준히 낸다면 언젠가는 댐이 무너지듯이 바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변화'라는 결정은 두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당연히 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