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등 부침 속 불확실성 ↑
신사업 투자 앞두고 리더십 공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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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열릴 경제계 '빅 이벤트'인 APEC CEO 서밋을 앞두고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직도 맡고 있는 조 부회장은 이번 사태로 당분간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자회사인 HS효성첨단소재가 실적 부진 등으로 부침을 겪는 가운데,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며 그룹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업 확대를 위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은 조직 전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4일 HS효성 등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측근이 연루된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특별검사팀 조사에 소환돼 이날 출석했다. 특검팀은 HS효성 산하 계열사들이 김 여사 측근이 설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IMS모빌리티에 어떤 경로와 판단을 통해 투자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조 부회장의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특검팀이 당일 그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특검의 출석 요구가 있었으나, 조 부회장이 APEC CEO 서밋 관련 ABAC 회의를 주관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일정이 재조정됐다.
조 부회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으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며 사건의 한 축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수사 향방에 따라 HS효성의 중장기 경영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S효성 측은 해당 투자가 전략적 판단에 따른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IMS가 렌터카 및 차량 운송 등 모빌리티 기반 사업을 추진하던 만큼, 차량탁송이 필요한 HS효성토요다 등 사업적 연관성이 큰 네 개 계열사가 총 35억원을 모아 투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당시 기준으로는 법적·절차적 문제 소지가 없었기도 해 특검 조사 과정에서 투자 경위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HS효성은 수익성이 낮거나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는 사업을 정리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신규 투자처를 검토하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주력 제품인 탄소섬유의 글로벌 판가 하락과 베트남 생산법인 증설에 따른 비용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올해 이익 규모가 전년 대비 약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로는 소폭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황 반등을 기회 삼아 본격적인 성장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전략 조율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수장의 리더십 공백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과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건이 오너리스크로 부각된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에 나서는 것 자체가 내부적으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HS효성은 출범 2년차를 맞아 사업을 재편하고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중대 국면에 있다. 특히 탄소섬유, 수소, 모빌리티 등 차세대 신사업의 투자 시기 조율이 중요한 시점에서, 조 부회장의 판단 없이 굵직한 결정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구조다.
아울러 조 부회장은 HS효성 경영뿐 아니라 APEC CEO 서밋의 ABAC 의장직도 맡고 있다. 2개월 남짓 남은 국제 행사 준비를 위해서도 바쁜 행보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사 일정이 겹치면 국내외 일정을 조율하는 데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