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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이끄는 미술관]광화문 한복판에 꽃핀 예술, 세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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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8. 07. 10:56

태광그룹 창업주 부부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철학에서 출발
대표작 '해머링 맨' 비롯 세계적 작가들 작품 상설 전시
이달 확장 개관하고 '세화 컬렉션' '노노탁' 전시 선보일 예정
1 조나단 보로프스키_해머링맨_흥국생명빌딩 (5)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이 자리잡고 있는 흥국생명빌딩 전경. /세화미술관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앞을 지나가다 보면, 묵묵히 망치를 내리치는 22미터 높이의 거대한 조각상 '해머링 맨'을 마주치게 된다. 이 작품 뒤에는 단순한 미술 이상의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바로 한국 기업문화와 예술계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한 부부의 꿈과 철학이다.

태광그룹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1921~1996)과 그의 부인 이선애 여사(1927~2015)는 평생을 교육과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 환원에 힘썼다. 이선애 여사는 생전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도심 한복판에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고, 이 꿈은 2017년 '세화미술관' 개관으로 결실을 맺었다.

★세화_이선애 이사장
태광그룹 창업주 고(故) 이임용 선대회장의 부인이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인 고 이선애 여사. /세화미술관
세화미술관의 뿌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미술 시장이 외환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시기,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사옥에 국내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 공간 '일주아트하우스'를 개관했다. 전시와 상영, 창작과 제작이 가능한 독립적인 구조로, 당시 침체된 예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0년에는 공간을 '일주&선화갤러리'로 확장 이전하고, 운영 주체를 세화예술문화재단으로 이관하면서 본격적인 예술재단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2017년, 서울시로부터 '제1종 전문 미술관'으로 공식 등록되며 '세화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세화(世和)'는 '세상이 화평하고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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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빌딩 1층 로비에 걸려 있는 강익중의 '2010 아름다운 강산'. /세화미술관
◇ 22미터 거인부터 세계적 컬렉션까지

세화미술관을 대표하는 상징적 작품은 단연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이다. 2002년 설치된 이 작품은 전 세계 여러 도시에 설치된 '해머링 맨'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국내 기술진과 기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는 것이다. 진정한 '국제 공공미술'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2016년 공공미술대상을 수상하며, 현재 광화문의 대표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건물 1층 로비에 전시된 컬렉션 또한 눈길을 끈다. 강익중의 '2010 아름다운 강산',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대표 작가 자비에 베이앙의 '리처드 로저스'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다. 줄리언 오피, 이반 나바로, 짐 다인, 게오르그 바젤리츠, 프랭크 스텔라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세화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다양한 교육 및 사회 공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1층 로비의 소장품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이 포함된 '아트 투어'가 진행된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교육 자료도 무료로 제공되며, 장애인과 온라인 관람자를 위한 접근성 확대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2 세화 아트 투어_수어 해설 (2)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이 포함된 '아트 투어' 모습. /세화미술관
◇ 2층 새 공간서 야요이 쿠사마 설치작 등 전시 계획

현재 세화미술관은 3층에 'ㄷ'자 구조의 두 개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사이를 잇는 복도형 공간에서는 미디어아트나 오디오-비주얼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가능하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와 연계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도 강화하고 있다. 영화와 미술이 공존하는 공간이 탄생한 배경에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기도 하다.

1. NONOTAK ⓒ Mitsuru Wakabayashi
이달 30일부터 세화미술관에서 전시를 선보이는 노노탁(NONOTAK). /세화미술관
이달 세화미술관은 2층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확장 개관한다. 오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새롭게 마련된 공간에서 세계적인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세화 컬렉션: GUIDEPOST TO THE NEW WORLD' 전시가 열리며, 기존 3층에서는 빛과 사운드, 공간이 어우러진 몰입형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한 '노노탁(NONOTAK)' 전시가 동시에 진행된다.

세화미술관은 2016년부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서혜옥 교수가 관장직을 맡아 이끌고 있다. 서 관장은 2009년부터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도 겸임하며, 미술관의 운영 방향과 비전을 함께 제시해왔다. 그는 "예술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가 함께 누려야 할 가치"라며 "현대미술의 공공성과 대중성을 높여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예술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4. HIDDEN SHADOWS V.2_2025 ⓒ NONOTAK STUDIO
노노탁의 '히든 섀도 V.2'. ⓒ NONOTAK STUDIO /세화미술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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