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학생 줄자 학교 정체성도 바뀐다…“생존이 우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07010003680

글자크기

닫기

설소영 기자

승인 : 2025. 08. 07. 21:20

5년 새 83개교 공학 체제로…“정체성보다 생존 먼저”
저출산 직격탄…2026년 교사 선발도 12.9% 축소
PYH2025080408490005100_P4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을 하루 앞둔 4일 부산 수영구 덕문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남고였던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가 여학생을 받는다. 중구 금호여중은 '금호중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남녀를 따로 받던 단성학교 운영이 어려워졌고, 학교의 정체성보다 생존을 먼저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통폐합과 교원 감축까지 현실이 되면서 교육 현장은 구조적 위기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통계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중·고등학교는 총 83개교에 달한다. 2020년 6개교에서 시작해 올해는 32개교가 추가로 공학 전환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전국 고등학교 2379곳 중 65.8%(1565곳), 중학교는 79.6%(2632곳)가 남녀공학 체제로 운영 중이다.

공학 전환의 핵심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다. 남고·여고 단독 운영이 어려워졌고, 원거리 통학을 겪는 학생·학부모 민원도 늘었다. 서울 잠실 일대 여학생들은 그간 강동구 영파여고 등 먼 지역까지 통학해왔다. 특히 여학교의 전환이 많았다. 올해 서울에서는 성암국제무역고, 송곡여중, 동국대부속여중·여고 등 7개 여학교가 공학 체제로 바뀌었다. 반면 남학교는 내신 경쟁, 졸업생 반발 등으로 전환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교사 채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6학년도 공립교사 임용시험 사전예고'에 따르면 중·고교 교사 선발 규모는 전년(5504명)보다 12.9% 줄어든 4797명으로 집계됐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가 교원 수급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원 부족 문제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교과별 전담 교원이 필요하지만, 정작 교원 수는 줄어드는 모순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 배정을 위한 교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교사가 부족하니 일부 과목은 외부 강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의 학습 기회는 줄고, 교육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원 수 감소와 관련해 "공교육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기초학력 보장과 고교학점제 정착을 위해 교원 증원이 선결 과제"라고 주장했다.

교육계는 당분간 공학 전환과 교사 선발 규모 축소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학생 수 감소, 고교학점제 확대 등 여러 변수가 맞물려 교사 수요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교육의 질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