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담론 문화 각박해져... 2035년 특집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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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7일 열린 '기독교사상' 800호(2025년 8월)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편집위원 김흥수 목원대학교 명예교수는 그간 '기독교사상'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재단법인 대한기독교서회가 발간하는 월간지 '기독교 사상'은 1957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처음 발간됐다. 사상의 빈곤과 사회적 혼돈을 기독교 복음의 진리로 극복하겠다는 취지였다. 군사정권 민주화 관련 내용을 다룬 이유로 잠시 판매 금지당한 것을 제외하면 68년간 거의 빠짐없이 매달 발간됐다.
창간 초기 '기독교사상'은 칼 바르트와 라인홀드 니버 등 신정통주의 신학을 국내에 본격 소개하며 세계 신학사상의 흐름을 한국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특히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신학자 다수가 '기독교사상'의 집필자로 참여하면서 교단을 초월한 에큐메니컬 신학의 중심지가 됐다. 에큐메니컬은 긴 기독교 역사에서 파생된 각각의 전통에 따른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예수그리스도 중심이란 일치는 잊지 않고 교회의 연대와 협력을 끌어내자는 신학 운동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기독교사상'은 민중신학·토착화신학·여성신학·생태신학·포스트모던신학 등 다양한 신학 사상을 한국적 맥락에 맞게 소개해 왔다. 또한 교회와 사회 문제를 동일 비율로 다루면서 '사상계'와 더불어 80년대 지식인이 보는 대표 잡지로 자리잡았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스님도 정기 구독자 중 한명이었다.
7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기독교사상'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신학대생 중심의 청장년층의 구독자는 어느덧 50대 이상 목회자 중심으로 고령화가 됐다. 잡지를 사서 보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이용자들은 도서관에서 전자문서로 '기독교사상'을 열람하고 있다. 독자들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게재된 글의 조회수를 보면 최근 관심사는 남북관계·민주화 이슈보다는 동성애·코로나19 전염병·인공지능(AI) 문제 등으로 변했다.
김흥수 교수는 과거보다 오히려 담론의 장이 축소되고 있다며 한국교회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최근 감리교 안에서 동성애 옹호 여부를 둘러싸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탈퇴 논의가 발생하는 등 교회 안에서 대화와 타협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있다. '기독교사상' 또한 동성애 관련 글을 실을 때 나름대로 찬반 양쪽을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관련 단체들이 고발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독재정권 때는 정부가 교회를 탄압했다면 동성애 문제는 교회가 교회를 공격한다"면서 "한국교회가 극우화·극단화되면서 서로 간의 대화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독교사상' 편집위원 측은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미래를 낙관했다. 이들은 "대한기독교서회가 문서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상 2035년 기독교 선교 150주년을 기념한 특집호를 발간할 것"이라며 '기독교사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필석 편집장은 "젊은 목회자의 글을 좀 더 늘리는 식으로 청년 세대와 소통하며 신앙의 본질을 함께 고민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합리적인 담론의 장이란 기능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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