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00% 관세에도 "최고 혜택 합의"
7월 무역수지, 7월 기준 역대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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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장은 7일 '2025년 6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6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는 미국 관세 부과를 앞둔 선수요도 일부 작용했지만, DDR5·HMB 등 고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어 수출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7월 무역수지도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한 만큼, 경상수지도 전월보다는 줄겠지만 여전히 큰 폭의 흑자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4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사상 최대 흑자를 이끈 것이다. 2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으며, 이는 2000년대 이후 세 번째로 긴 흑자 행진이다.
6월 상품수지는 131억6000만달러 흑자로, 2017년 9월과 2016년 3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수출은 반도체(+11.3%)와 컴퓨터 주변기기(+13.6%)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회복됐으며, 의약품(+51.8%) 등 비IT 품목도 동반 성장했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입 감소와 전문서비스 지급 증가로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수입 증가와 배당지급 축소의 영향으로 41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시장 일각에서는 반도체 등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주요 수출 품목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수출 흐름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흑자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가격 하락과 배당 집중 수입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수입 반등과 수출 정체가 맞물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실제 시행되더라도, AI 반도체 수요와 대만 수출 증가 등 투자 수요가 견조해 수출 호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의약품은 한미 무역합의 당시 최고 혜택을 받기로 해서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약품의 경우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일부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자동차 수출에 대해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감소가 이어졌지만, 7월 들어 감소폭이 축소됐고 유럽향 수출 증가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은은 수입 측면에서도 원자재 부진과 별개로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최근 경상수지 흑자가 수요 위축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