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기반 강점, 초기 이용자 확보 용이
전문가 "은행보다 사용처·범용성 훨씬 넓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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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와 토스는 최근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성 검토와 시장 진입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이용자와 가맹점을 대거 확보한 사업자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가치에 1대1로 연동되는 가상자산이다. 발행사는 동일 금액의 원화를 예치해 두고 필요에 따라 발행하거나 소각하며, 실물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목표로 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송금과 정산이 실시간에 가까운 처리가 이뤄질 수 있어, 해외 결제 시 환전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결제 승인과 가맹점 정산 단계에서는 카드사나 PG(결제대행사) 등 기존 금융 결제망을 거치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납부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거래를 기존 결제망을 거치지 않고 비용과 절차를 효율화할 수 있다. 이는 금융권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고려하는 가장 주된 목표 중 하나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금융과 메신저를 결합해 4000만명 이상이 쓰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토스는 3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단일앱에서 은행·증권·결제·송금을 통합 제공한다. 양사 모두 전국 단위의 간편결제 가맹점과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단기간 내 적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간편결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코인 이용 시 혜택 부여, 포인트 연계 등 초기 이용자 확보 전략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성상 준비금 확보와 상환 보장이 전제돼야 해 발행 초기 상당한 자금 운용 능력이 요구되는데, 카카오와 토스 모두 자본력도 탄탄한 편이다. 카카오와 토스가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자본금은 각각 올해 상반기 4조4251억원, 1분기 1조8313억원으로, 최소 발행사 기준 자본금(5억~10억원)을 크게 웃돈다.
주요 금융지주인 KB·신한·하나·우리·NH농협도 전담 조직 신설과 실증사업 참여 등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화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카드·보험·예금 등 기존 사업과의 연계가 필요해 내부 승인, 규제 협의, 시스템 연동, 가맹점 약관 변경, 정산 체계 조정 등 사전 작업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으로 인해 상용화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안전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발행하는 만큼 지급준비와 상환 보장이 전제돼야 하고, 향후 환전 과정에서는 국내 보유분에 대해 100% 준비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며 "카카오나 토스 등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은행보다 사용처와 범용성을 훨씬 넓힐 수 있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도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