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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희 신부 “가톨릭 오푸스데이 목표, 일터·가정서 거룩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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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8. 12. 11:31

[인터뷰] 서울 도림동교육센터 오푸스데이 신부
"서울 WYD는 한국 젊은이에게 큰 행운"
"오푸스데이는 일상과 보편에 관심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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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푸스데이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교육센터 내 경당에 새겨진 오푸스데이 문장을 설명하는 이낙희 이냐시오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콘클라베에 실제로 참석한 한국천주교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영화 등에서 묘사하는 콘클라베는 '판타지'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처럼 과장되게 묘사되는 가톨릭(천주교) 단체가 있다. 바로 '오푸스데이(Opus Dei) 성직자치단'이다.

오푸스데이는 '하느님의 사업'이란 뜻으로, 성 호세 마리아 에스크리바(1902~1975)가 1928년 스페인에서 설립했다. 오푸스데이 측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각자 자신의 일을 통해 성화되고 선교사명에 기여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라고 밝혔다. '일상생활의 성인'으로 불린 설립자 에스크리바 신부는 평신도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직장생활에서 하느님을 찾고 거룩함을 추구하길 원했다. 오푸스데이는 가톨릭 교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신도의 성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수백년 역사의 수도회가 흔한 가톨릭 교회에서 100년도 되지 않아 2000여 명의 사제와 9만여 명의 평신도 회원을 모집했다. 한국에는 당시 대전교구장이었던 유흥식 추기경의 허락하에 2009년 진출했다.

급속한 성장과 몇몇 엘리트들이 회원에 가입하면서 오푸스데이에 대한 왜곡된 시선도 생겼다. 영화 '다빈치코드'에서는 카톨릭의 수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마피아' 집단처럼 묘사됐다. 하지만 현실에서 오푸스데이 회원은 평범한 사람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교육센터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이낙희 이냐시오 신부는 오푸스데이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일터와 가정 속에서 거룩함 추구"가 오푸스데이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오푸스데이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라고 도림동교육센터를 소개하면서 "천주교인은 물론 지역 주민에게 열린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비밀집단이라면 있을 수 없겠죠"라고 미소를 보였다.

2024년 5월 5일 개소한 도림동교육센터는 대지면적 985㎡ 규모에 7층 규모로 남성 회원 전용 센터다. 16실의 기숙사, 강의실, 독서실, 경당, 거실, 회의실, 라운지 등을 갖췄다. 한국·미국·호주·스페인의 오푸스데이 협력자들의 기부금으로 지어졌다. 공용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개인 기숙사는 종교에 상관없이 대학교·대학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면 입소 가능하다.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봉사활동·문화활동·세미나·성지순례 등도 추진될 예정이다.

교육센터에는 이 신부와 역시 스페인 출신 반유성 안드레아 신부 등 두 명의 오푸스데이 사제가 기거하고 있다. 센터를 안내한 이 신부는 1962년 스페인에서 태어나 17세에 평신도 오푸스데이 회원으로 입문했다. 그는 "회원이었던 누나를 통해 처음 오푸스데이를 알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 가톨릭 신학 가운데 도덕 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푸스데이 신부가 되기 위해선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그는 2008년 로마서 신부 서품을 받고 5년 동안 대학교에서 활동하다가 2018년 한국에 왔다.

이 신부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젊은 시절 로마 순례 당시 요한 바오르 2세 만난 것을 계기로 확신이 섰고, 신부의 삶을 선택했다"면서 "WYD 참여는 젊은이들에게 큰 행운이다. WYD에서 저와 같은 결정을 하는 이가 나올 수 있고 또는 굳건한 신앙심을 가지고 평신도로 살아가는 이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교육센터를 지을 때부터 청년들을 도와주기 위해 아카데미와 기숙사 중심으로 설계했다. 여기는 남성 전용 센터지만 부부들을 위한 교육도 제공한다. 오푸스데이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예수그리스도와 같은 모범적인 성(聖)가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성가정을 위한 부부 교육에도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한국 오푸스데이는 현재 이낙희·반유성 신부 2명과 35명의 평신도 회원으로 구성됐다. 또 정식 회원은 아니지만 오푸스데이를 돕는 협력자가 100여 명가 있다. 이 신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으로 특별하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회원 중에 없다. 대부분 교수, 선생님, 일반 회사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가톨릭은 다양한 수도회 문화가 있다. 프란치스코회를 상징하는 것이 '청빈'이고 도미니크회는 '설교', 예수회는 '적응력'이라면 오푸스데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이 신부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우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회는 가난한 이를 위해 빵을 준다면 오푸스데이는 그 사람이 사회 속에서 노동을 잘함으로써 가난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빵을 주기보다 차라리 교육에 더 공을 들인다"고 표현했다.

이 신부는 전임 교황 요한 바오르2세·베네딕토16세 등이 오푸스데이를 중용한 것도 평신도 복음화에 공을 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요즘 사회는 과거와 달리 평신도를 통한 교육이 좀 더 복음화에 유용하다"면서 "우리는 직장·가족·기도생활을 하나로 하는 교육을 한다. 특히 본당에서 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영적지도를 위해 많은 그룹 지도보다는 작은 규모로 개별적인 지도에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센터 안내를 마친 이 신부는 "한국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사람들은 행복한 것 같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일터와 가정에서 소명을 찾아야 한다. 소명이 있으면 의미가 있고 물질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오푸스데이의 목표는 하나다. 평범한 삶 속에서 거룩해지자는 것, 우리 모두 성인의 삶을 일터와 가정 속에 이루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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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푸스데이 추구하는 성가정을 표현한 경당 내 조각(목수 요셉과 성모 마리아, 목수 일을 돕는 어린 예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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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하는 오푸스데이 신부인 스페인 출신 이낙희 이냐시오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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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당 한편에 있는 오푸스데이 창립자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조각상와 아래에 있는 성유물(성 에스크리바의 이빨)./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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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도림동교육센터 전경./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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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안 접견실 모습./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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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학생을 위한 독서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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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센터 지하에 있는 경당에서 센터를 찾은 방문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이낙희 신부./사진=황의중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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