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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용 사면 ‘빚 포퓰리즘’ 마침표 찍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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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13. 00:01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위원회가 11일 서민·소상공인이 코로나19, 경기 침체, 계엄 사태 등으로 빚을 제때 못 갚았다고 하더라도 성실하게 전액을 상환하면 이른바 '신용 사면'을 해주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2021년,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이번이 규모가 가장 크다. 연체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채무 연체자 구제 해당자는 무려 324만명에 달한다.

지원 대상은 2020년 1월 1일부터 이달 말까지 5000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했으나 연말까지 연체금 전액을 상환한 개인 및 개인 사업자다. 올해 6월 말 기준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인원은 272만여 명이다. 52만여 명은 연말까지 전액 상환해야 신용 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체 이력 정보 삭제를 통해 신용 점수가 상승해 대출 금리, 대출 한도, 카드 발급 등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이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신용 사면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채무 변제를 미뤄온 금융 취약자의 재기를 돕는다는 선의의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마다 반복되는 신용 사면은 '나도 빚 안 갚고 기다리면…'식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올 우려가 크다. 또한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이 깨지면서 성실 상환자의 박탈감을 증대시킨다. 최악의 경우 똑같이 따라 하는 이른바 '레밍 신드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계는 연체를 최대 위험부담으로 여기기 때문에 채무를 제때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까 심히 우려한다. 더 나아가 신용 사면은 금융시장의 신용 질서를 왜곡하고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시스템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수 있다. 연체기록이 삭제돼 금융기관이 대출자 상환 능력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져 대출 금리 상승이나 채무 불이행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용 사면으로 인해 신용 점수가 상승한 대출자들이 다시 대출을 받아 연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이는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을 증가시키고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번 신용 사면은 지난번 사면이 시행된 지 불과 16개월 만에 다시 나왔다. 2024년 1월 방침 발표 당시에도 29개월 만에 또다시 신용 사면이라며 총선을 앞둔 '빚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전부터 채무탕감 등 더 센 신용 사면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같은 정책이 반복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심성·일과성 빚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정부는 일회성 선심 정책보다는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대출자들에 대한 근본적·구조적 원인 파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 지속 가능한 재기 지원 방안 등에 대한 노력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빚 포퓰리즘이라는 지탄에서 벗어나 금융 취약자의 진정한 재기를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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