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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알래스카에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미국과 협력했던 역사를 강조하면서 아직 알래스카에 러시아 정교회 신자가 다수 거주하는 점을 거론하며 양국간 우호관계를 부각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외교·안보 공직자 시절부터 미국을 여러번 방문했지만, 알래스카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러시아 대통령 중에서도 최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공개 수배 상태이지만, 미국은 ICC 비준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 영토를 미러 정상회담 장소로 선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야당인 '진실을 위한 정의로운 러시아(SRZP)'의 세르게이 미로노프 대표는 지난 9일(모스크바 현지시간) "푸틴과 트럼프의 협상 장소로 알래스카가 선택된 것은 서방의 다른 국가들에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은 오직 러시아와 미국만이 할 것이라는 중요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 관할 국립역사기억센터의 올렉 마트베예프 연구위원은 리아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반도는 1941~1945년 무기대여법에 따라 미국이 소련에 무기, 군사 장비, 원자재, 식량, 의약품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 장소로 알래스카를 선택한 것은 2차 대전 종전 80주년을 앞두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 키릴의 고문인 니콜라이 발라쇼프 대주교는 양국이 종교적으로도 연결돼 있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많은 알래스카 원주민이 정교회 전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알래스카에는 미국의 다른 주보다 정교회 신자가 더 많다"고 밝혔다.
발라쇼프 대주교는 "정교회 신앙이 신대륙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지역은 알래스카 세인드헤르만과 세인트이노첸시오, 베니아미노프 등이며, 러시아 정교회 수도사들이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했다"면서 "오늘날까지도 러시아 정교회 전통은 많은 알래스카 원주민에 의해 보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지도자들 역시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로렌 리먼 전 알래스카 부지사는 12일(앵커리지 현지시간)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는 대화를 유지하고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먼 전 부지사는 "알래스카는 여전히 거대한 러시아 유산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 국민은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나 폴리나 루나 미 하원의원이 최근 "미국이 다가오는 미러 정상회담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하자 러시아 대통령의 대외 투자 및 경제 협력 특별대표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12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지구 속의 미국'을 의미하는 이모티콘을 게재해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북극 및 그 너머에서 환경보호와 인프라,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협력을 발전시키자"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