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물 반입없이 안전성 관련 연구·실증
국가안보·국부유출 고려 원천기술 개발
지하 500m 심도에 두께 200m 결정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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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강원도 태백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공단은 '태백 고원 자연 휴양림'을 지하연구시설 최종부지로 선정했다. 지하연구시설은 올해 2월 통과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최종 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을 짓기 전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의 안전성을 연구·실증하게 된다. 40년간 공회전하던 고준위 방폐장 건립의 첫 출발선인 셈이다.
공단은 두 달 동안 총 네 번의 시추를 통해 기반암(화강암)이 충분히 분포했는지 확인했다. 하루에 18~20m씩 시추공을 뚫었고, 총 700m까지 내려갔다. 그 결과 480~700m 구간은 선캄브리아시대 화강편마암이 분포하고 있었다. 12일 부지 인근 현장에서 만난 이정환 공단 고준위처분기술팀장은 "강도도 80메가파스칼(MPa) 이상으로, 경암 조건도 만족하고 있다"며 "두께도 220m로, 시추결과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는 연구부지 심부시추공 조사도 착수했다. 앞선 시추와 동일한 장비(로트 등)를 사용하지만, 목적은 다르다. 이 조사는 향후 최종 처분시설 부지 선정에 들어갈 때 쓰게 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지하 1㎞까지 굴착해서 부지 조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찾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굴착 지점 옆에는 '침전조'가 있어 지하수 발생 지점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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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과 태백시 측은 지하연구시설 유치로 3000억원의 경제적 효과, 8000여 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3만8000여 명으로 줄어든 태백시의 지역소멸도 막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현재 철원에 핵심광물 산업단지 등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정주 여건이 조성될 경우 지역인재 및 젊은 인재들을 유입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하연구시설의 사업 진척속도가 정체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단은 당초 올해 예타를 통과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잡았지만 현재 예타 과정이 8개월 가량 보류 상태다. 일부 원자력계의 반대의견이 작용했다. 원전 내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이르면 2030년 한빛원전부터 포화된다. 또한 유럽연합(EU)은 EU 택소노미를 만들어 2050년부터 고준위방폐장 확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필요한 이유다.
조성돈 이사장은 "2050년까지 최종 처분장을 확보하려면 이 URL을 조금 더 확대해 인허가 데이터까지 생산하는 URL로도 만들어야 한다"며 "URL이 빠른 시일 내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