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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서 신한 ‘나홀로 독주’·KB ‘반등 스퍼트’… 하나·우리는 ‘아쉬운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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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8. 19. 17:49

은행권 글로벌 실적 희비
신한, 美中 성장에 순이익 3152억원
국민, 인니법인 정상화에 흑자전환
하나 '북미 공략' 우리 '리스크 관리'
관세 변수에 선진시장으로 진출 강화
올해 상반기 은행권 해외시장 경쟁은 신한은행 독주 속 KB국민은행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만 해외법인을 통해 3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 법인의 대규모 손실로 적자를 냈던 국민은행도 인니 법인의 정상화와 캄보디아 법인의 성장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단숨에 글로벌 실적 2위로 올라섰다.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고전했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일부 법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에 발목이 잡히며 전체 해외법인 실적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이다. 이들 은행은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유럽 등 자본시장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10개 해외법인에서 3152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이 상반기에 3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대 축인 일본·베트남 법인은 작년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비이자이익이 개선된 중국 법인과 5000만달러(한화 약 7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한 미국 법인 등 대부분의 법인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보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유럽 금융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지난달 영국 정부와 20억파운드(약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력을 체결하고, 아프리카 금융공사와도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향후에는 지역총괄 체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한다.

작년 해외 시장에서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국민은행은 올해 흑자 전환했다. 상반기 순익은 727억원으로, 캄보디아 법인의 기여도가 컸다. 작년 550억원 순익을 거둔 캄보디아 법인은 저금리 예수금이 크게 늘며 조달비용이 줄어든 덕분에 1117억원의 순익을 기록,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여기에 그간 실적을 끌어내렸던 인도네시아 법인의 정상화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1010억원 손실을 냈던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건전성 개선과 대출자산 성장으로 손실 규모가 538억원으로 줄었다. 현지 회계 기준으로는 약 315억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확장보다 사업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러시아 법인의 대규모 손실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11개 해외법인 순익은 4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작년 90억원 흑자를 냈던 러시아 법인이 러·우 전쟁 장기화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36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북미 법인 3곳의 순익은 작년 92억원에서 올해 18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며 일부 손실을 만회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17년 만에 북미 지점을 신규 개설하는 등 북미 공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향후 미국 전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FX 트레이딩 시스템 도입과 글로벌 자금센터 설립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여파에 흔들렸다. 상반기 11개 해외법인 순익은 325억원으로, 같은 기간 66% 감소했다. 지난 6월 효자 법인이던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7350만달러(약 1020억원·피해액 미정) 규모의 신용장 사기가 발생해 600억원대 손실을 낸 탓이다. 적자였던 캄보디아 법인이 150억원 흑자로 돌아서고 미국 법인 순익도 크게 늘었지만, 전체 해외법인 실적 하락은 막지 못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로펌을 선임해 하반기 자산 회복에 집중하고, 리스크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 진척 여부에 따라 하반기 국가별 실적 격차가 극명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이 낮은 미국·영국 등 금융선진국으로의 사업 확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과거 일본 은행들처럼 국내 은행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선진 시장 진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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