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자금 견조…"국내 증시 완전히 떠난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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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에선 정부의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식 투자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바탕이 된다면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개인 자금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투자자 예탁금이 꾸준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복귀를 엿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2020~2021년 코로나 시기만큼의 유동성은 부족해 자금 유입이 폭발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1933억1944만 달러(약 270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 1554억6669만 달러(217조 원) 대비 24%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통령 선거 전날인 6월 2일(247조 원)과 비교해도 두 달여 만에 9% 이상 늘어났다.
특히 미국 증시는 혁신 기업의 성장성과 압도적인 통화량을 바탕으로 강세를 이어가며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순매수) 해외 주식 종목은 디렉시온 테슬라 2배 ETF(17억 달러), 테슬라(13억 달러), 슈왑 미국 배당주 ETF(7억 달러), 써클(7억 달러), 유나이티드헬스클럽(7억 달러) 순이었다.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뚜렷하다. 4월에는 4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던 개인들은 5월부터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이후 5월 -3조4000억원, 6월 -6000억원, 7월에는 -7조7000억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에서 자금을 뺐다. 8월 들어 다시 순매수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주도적인 매수 주체는 아니라는 평가다.
증시 환경에 따라 국내 자금 유입이 급변하는 동안에도 투자자 예탁금은 69조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증시 대기 자금이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만큼, 개인이 국내 증시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당분간 신중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그럼에도 예탁금이 견조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완전히 떠나기보다 기회를 엿보는 국면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 M2 통화량과 가계신용 증가율은 회복 중이라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지만 2020~21년 당시처럼 '동학개미운동' 수준의 폭발적인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증시 호조를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본다"며 "이를 위해선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제도적 유인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