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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비중 업계 최저… 독립성 흔들리는 DB손보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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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 이선영 기자

승인 : 2025. 08. 21. 17:53

'책무구조도' 대표·의장 분리 추세
부회장이 직접 의장 맡아 흐름 역행
3년간 이사회 안건 중 반대는 '제로'
경영진 견제 어려워 역할 위축 우려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이 발 빠르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며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사회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이 핵심인 만큼,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DB손해보험은 이사회 내에서 사내이사 비중이 절반 수준에 가까운 데다, 이사회 의장도 사내이사인 김정남 부회장이 맡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이사회를 통과한 안건 중 단 한건도 반대 의견이 없었던 점도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도 오너가 있는 금융사에서 이사회 독립성 결여 문제가 나오고 있다면서,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손해보험 이사회는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사내이사는 김정남 부회장과 정종표 사장, 남승형 부사장, 박기현 상무 등 4명이고, 사외이사는 정채웅·전선애·윤용로·김철호·박세민 이사 등 5명이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55% 수준에 그친 것이다. 주요 생·손보사 9곳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경쟁사인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사외이사 비중이 60%대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최근 보험사들은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추세다. 주요 생·손보사 9곳 중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KB손해보험, KB라이프 등이다.

반면 DB손해보험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낮은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도 사내이사인 김정남 부회장이 맡고 있다. 최근 금융권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려는 움직임과는 다른 양상이다.

과거 주요 금융그룹들도 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적이 잇달았고, 현재는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 모두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게다가 5대 금융그룹은 모두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87% 수준에 달한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높은 만큼 경영진의 견제와 감시 역할도 보장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DB손보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가 거의 절반에 달하는 만큼, 경영진 견제가 쉽지 않은 구조로 관측된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 127건 중 반대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사회는 전문성과 다양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는데, 현재 DB손보 사외이사는 관료 출신 2명, 학계 2명, 의료계 1명으로 구성돼 있다.

DB손보 이사회 및 지배구조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사내이사 비중이 많은 데다 이사회 의장도 사내이사가 맡고 있어 이사회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여온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는 게 중립성이나 독립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수는 보통 1~2명이 일반적인데 4명이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사외이사가 줄어들게 되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이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야 보다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 "오너가 있는 재벌 금융사들의 이사회의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DB손보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으로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른 보험사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은국 기자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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