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투자금융자산 25조 돌파
단기자금 운용이익 1525억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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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하반기 전망은 녹록지 않다. 금리 인하 국면 진입으로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를 보이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탓에 주 수익원인 가계대출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이자이익 감소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호실적을 이어가려면 비이자이익의 견조한 성장이 필요하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기반 수수료 수익과 자산운용 성과를 양대 축으로 삼아 수익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자산운용시스템 고도화' 사업 공고를 게시했다. 자산운용시스템은 주식과 채권, 단기자금 등 투자자산의 거래·결제와 자산가치 평가, 보고·사후 관리 등을 처리하는 핵심 체계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1월부터 약 1년간 이 시스템의 거래·결제·평가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할 예정이다. 투자금융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흐름에 맞춰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운용 자산의 수익성 관리를 위한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수신 자산을 활용해 자산운용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모임통장, 26주 적금 등 차별화된 상품으로 저원가성 예·적금을 대거 확보했지만 이를 모두 대출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액은 63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6% 늘었지만, 여신 잔액은 44조8000억원으로 3.7% 증가에 그쳤다. 이에 잉여 수신을 자산운용에 적극 투입하며 투자금융자산을 크게 늘렸다. 작년 말 17조원이던 투자금융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25조2000억원으로 8조원 이상 증가했다. 채권 비중이 53%로 가장 높고, MMF 등 단기자금(33%), 수익증권(12%) 순이다.
투자금융자산의 확대는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당기순익에 반영되는 채권·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관련 이익은 작년 상반기 977억원에서 올해 1525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가격이 오르면서 평가이익과 매매차익이 커졌고, 증시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수익률이 높았던 MMF, 트레이딩투자 등 단기자금 운용을 확대한 영향이다. 단기 매매 목적 등으로 보유하는 FVPL(당기손익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규모는 작년 말 4조2884억원에서 상반기 말 8조512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자산운용을 핵심 수익원의 한 축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자산운용 역량을 확충하고, 인력 채용과 내부 프로세스 구축도 하반기 중 본격화한다. 상반기에는 전년 수준의 이자이익을 거두며 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비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 전환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광고 수익, PLCC(사업자표시신용카드),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등으로 수익원 다변화에 집중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향후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연하게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실적 개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