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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이처럼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 보유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된 유출 대상국은 중국이다. 아시아투데이는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공동으로 기술 인력이 유출된 현황과 이들을 재고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실태를 심층 분석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96건의 산업기술 유출을 적발했다. 우리나라 경제안보를 지탱하는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도 33건이나 포함됐다. 유출 국가는 중국이 절반 이상으로 압도적인 1위였고, 미국·일본·독일·베트남·이란 등이 각각 1~3건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기업의 인력 빼가기는 우방국 위장업체 같은 제3의 업종으로 우회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당국의 핵심기술 유출방지 대책은 사후 처벌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업부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지난달부터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시 벌금을 최고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상향했다.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소개·알선·유인하는 브로커도 기술 침해행위로 처벌하고, 산업기술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경우 손해배상한도를 3배에서 5배까지로 늘렸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간첩죄 적용범위를 '적국(북한)'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악용 우려'를 들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기술유출에 간첩죄를 적용하면 사형, 무기징역, 7년 이상 징역 등 중형 선고가 가능해진다.
반면 핵심기술을 가진 퇴직자들을 우리나라에 계속 머물러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특허심사관 채용이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대상은 겨우 60명에 불과해 국내 핵심기술 종사인력 8만5000여 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기술유출방지기금(가칭)'을 설치해 인력보호에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기금을 기반으로 고급 브레인 퇴직인력을 국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서 30년간 근무한 정년퇴직자 순수연봉이 1억2000만원 선이어서 지금은 연봉수준을 맞춰줄 중소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기금 지원을 통해 5~10년간 국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다면 굳이 고급 인력들이 중국행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신속하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