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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좌절된 법안이 통과된만큼 노동계가 느끼는 성취감은 남다르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이 '교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현실을 감안하면, 제도의 진전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 시행을 앞둔 산업현장의 우려 역시 남다르다. 재계는 "사용자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한다. 자동차·조선·철강·건설 등 다단계 하청 구조가 고착된 산업에서는 원청이 수십 개 노조와 동시 교섭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협상 지연과 생산 차질을 불러오고,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경영상 판단이 파업 사유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불가피하게 내리는 구조조정이나 해외 투자 계획조차 노사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경영계가 "노조의 권익만 강화되고 기업의 방어권은 배제됐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운다면, 결국 갈등은 확대된다. 사용자 범위와 쟁의 행위 대상의 경계를 시행령·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허용하는 보완책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도 재계의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탓인지 향후 6개월간의 법 시행 준비기간 동안 노사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면밀히 파악해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서 법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인 해법은 결국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다. 노동계는 법제화 성과에만 안주하지 말고 기업의 현실적 고민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재계도 산업 붕괴론 등의 위기 과장에만 매몰되서는 안되며 제도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건설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은)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 촉진법이자 상생의 법,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법"이라고 정의하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교섭이나 무제한 파업, 불법 파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다. 정부는 노사 양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는 언제나 일방의 목소리만으로 굴러가지 않았다. 이번 노란봉투법이 진정한 사회적 진전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노동과 경영 모두가 '균형의 미학'을 되살릴 지혜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이 병행될 때, 이 법은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공존의 토대로 기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