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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대피처가 투신 장소로…자동개폐장치 설치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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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5. 08. 28. 15:59

화재 시에만 열리는 자동개폐장치…2021년부터 의무
'강서구 세 모녀' 참극 건물은 이전에 지어져 해당 안돼
인명 구조, 투신 방지 위해 지원·개정 필요
염창동 오피스텔
지난 26일 세 모녀가 추락해 숨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 오피스텔의 옥상문이 열려있다. /김홍찬 기자
최근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오피스텔 옥상에서 세 모녀가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고층 건물 옥상의 안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옥상은 화재 시 필수 대피 공간이지만 동시에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자동개폐장치'가 도입됐지만, 설치 의무가 제한적이라 여전히 많은 건물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세 모녀가 숨진 오피스텔은 연면적 2900㎡ 규모의 준신축 건물이었지만 옥상 출입문에는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자동개폐장치는 평소에는 문을 잠금 상태로 유지하다가 화재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장치다. 고층 건물에서 옥상 공간은 화재 발생 시 비상 대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상시 개방하면 투신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개발됐다.

문제는 현행 건축법이 2021년 4월 이후 허가된 연면적 1000㎡ 이상 공동주택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오피스텔은 같은 해 9월 준공됐지만 허가 시점이 개정 이전이라 대상에서 빠졌다. 여기에 집합건물 특성상 소유자가 나뉘어 있어 사후 설치도 쉽지 않다.

이처럼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대체로 옥상문을 상시 개방해 놓고 있다. 문을 잠가 두거나 폐쇄하면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안전사각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각 지자체가 설치를 권고하거나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개당 수백만원에 이르는 설치비와 내벽 배선 공사 부담 때문에 건물주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경찰 순찰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 역시 지역과 시기가 한정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행정 차원에서 홍보와 계도를 강화해 자발적 설치를 유도하거나, 법 개정을 통해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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