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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철강·자동차·기계 및 중공업 등 대규모 굴뚝산업 중심지로서 미국 중산층을 지탱해 온 러스트벨트가 1970년대 이후 쇠퇴 과정을 겪으면서 초래된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보면,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시민들이 얼마나 열광했을지, 제조업 강국이면서 중국의 빠른 추격에 점차 안방 산업을 내주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선 상당히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 전날 국회에서 우리나라 주요 산단의 공장들이 연일 문을 닫고 있다는 지적은 뼈가 시릴 만큼 냉혹한 현실이다. '미국과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첨단 제조업에서만큼은 각자의 경쟁력을 융합해 각국의 중산층을 재건하기를'은 양국 시민의 간절한 염원일 것이다.
극심한 청년 고용난을 타개할 활로로 'AI 대전환'이 등장한 지금, 국내에선 노란봉투법에 의한 하청노조 시위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시점을 보면 왜 하필 지금이냐는 아쉬움이 나온다. 대기업과 하청으로 이뤄진 국내 공급망에서 청년들이 지역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원인엔 열악한 근무조건, 수도권만큼 누릴 수 없는 정주여건, 위험하고 힘들다는 생산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자리한다. 분명 원·하청의 협력이 시급한 때지만, AI 혁신 기술의 도입으로 중소기업 생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위험한 공정을 기술로 대체하는 일은 지역 생산직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바꾸고, 일자리 미스매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균형을 잃은 채 끊임없는 분쟁만을 양산하는 제도는 러스트벨트화의 가속화로 이어질 뿐이다. 원·하청간 협력을 통해 오히려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역량과 내부 제도를 개선하는 일을 도울 수 있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이중구조 탈피를 촉진하고 동반성장을 꾀하는 일이지, 공장을 멈춰서게 하는 갈등은 모두에게 실패를 부른다.
게다가 AI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인력 양성 제도가 자리잡고, 산업에 적용되기까지는 분명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전기료 인상 등 국내투자 저해 요인은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성과가 나기 전까지의 공백을 청년들의 첨단산업 적응력을 높일 직업훈련과 일경험 등으로 메꾸는 데에 투자해야 한다. 또 미국과의 글로벌 협력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언어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양국 근로자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기술적 도입과 개인의 노력을 촉발시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막대한 AI 투자에 거는 기대 외에 사회제도의 면밀한 개편이 따라가지 않는다면 한낱 신기루에 그칠 일이다. 한국이 전 세계 첨단 제조강국의 적임자란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내세우되, 내부 물밑에선 발버둥에 가까운 사회혁신을 기대한다. 정부와 민간, 학계와 산업계 모두가 탄탄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진짜 성장' 뒤 '진짜 소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