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위' 선점한 한투···공격적 자본확충
미래에셋, 해외법인 수익 극대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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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은 강점인 기업금융(IB)을 바탕으로 실적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발행어음을 통한 운용 수익까지 크게 늘면서 성장 폭을 키웠다. 이 덕분에 올해 순이익은 2조원까지 점쳐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운용·위탁매매 수익을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보단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성장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20개 가까운 해외법인을 토대로 몸집을 키운다는 구상인데, 올해 상반기에도 2000억원을 상회하는 이익을 거두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최근 인수를 완료한 인도 쉐어칸 등 법인까지 사업을 본격화함으로써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한국투자증권도 자본 확충을 통한 수익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 호실적을 견인했던 발행어음을 적극 운용해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 시, 추가적인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수익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은 각각 1조252억원, 6641억원으로 업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 증권사 모두 자기자본 10조원을 넘긴 초대형사로 사업 역량과 순이익 모두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인수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앞섰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증권사들이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사업 역량과 경쟁력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만 연간 실적을 고려했을 때는 한국투자증권이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5년 간 순이익을 비교해보면, 한국투자증권은 총 3차례(2021년, 2023년, 2024년) 미래에셋증권을 앞서며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매년 상위권에 머물며 두각을 보였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실적을 넘어선 건 2차례(2020년, 2022년)에 불과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호실적 배경에는 발행어음 운용 수익이 존재한다. 3년 전부터 발행어음 잔고를 대폭 늘리며 성장을 꾀했고, 금리인하 호재 덕분에 채권 운용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IB 수익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실적을 떠받쳤다. 미래에셋증권도 운용·위탁매매 수익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뤘지만, 한국투자증권을 앞지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장기적 성장 방안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법인(18개)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수익 제고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해외법인에서 이미 가시화된 성과가 도출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성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들은 1년 전보다 35% 증가한 2242억원을 세전이익으로 벌어들였다. 전사 이익의 약 26%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미국·홍콩·런던 등 법인에서 기반을 다졌던 사업(ETF 비즈니스, 미국 주식 중개 플랫폼 운영 등)이 성과로 이어진 결과다. 향후에도 본사와 함께 해외주식·채권 중개 등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세일즈 앤 트레이딩(S&T) 사업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인도·브라질·베트남 등에서는 핵심 성장 지역인 인도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증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인수한 쉐어칸은 현재 합병 후 통합(PMI) 작업 중인데, 중장기적으로 자산관리(WM) 사업에 주력해 높은 이익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향후 성장 방안에 대해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미국·홍콩 등 자산관리 성장성 높은 시장에서 WM 비즈니스를 적극 추진할 것이며, 중국·인도 등에서는 기술 혁신 기업 투자도 지속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까지 호실적 기반이 돼 왔던 발행어음을 한 층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가장 최근에도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자본 확충에 나섰다. 최근 1년 새 확충한 자본만 약 2조원이며, 올해 자기자본 규모는 1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IMA 인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레버리지를 통한 수익 창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사업자 선정 시 자기자본 대비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최대 36조원까지 자금을 공급 받아 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9000억원의 대규모 자본 확충은 사업 경쟁력과 시장 지위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향후 IMA 인가까지 이루어진다면 레버리지 효과에 힘입어 우수한 사업 경쟁력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한국투자증권이 워낙 수익을 잘 내고 있어서, 미래에셋증권보다 주목도가 높아진 분위기"라며 "그럼에도 미래에셋증권이 해외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최근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