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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반토막난 공항 면세점… 높은 임대료에 ‘철수’까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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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08. 31. 17:51

2019년 25조원 → 지난해 14조로 급감
외국인, 다이소 등 눈돌리며 실적 악화
인천공항, 법원 강제조정 완강한 거부
1900억원 위약금에도 폐점 강행 촉각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국내 면세점업계가 코로나19 이후 5년간 지속된 구조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생존 기로에 서 있다. 2019년 25조원에 육박했던 업계 매출이 지난해 14조원으로 반토막 나고, 주요 면세점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높은 인천공항 임대료에 '철수'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하고 있다.

3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22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25조원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첫해인 2020년에도 15조원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엔데믹이 도래했음에도 외형은 더 줄었다. 올 상반기는 더 심각하다. 국내 면세점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6조362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조3969억원) 대비 14.0% 감소했다. 면세점 매출 규모는 2021년 17조6403억원, 2022년 17조8164억원을 기록하며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였다. 엔데믹화가 이뤄진 2023년 매출은 13조7585억원으로 팬데믹 발병 초기 대비 약 2조원 축소됐다.

면세점 '빅4'의 재정 상황은 더 심각하다. 면세점 주요 4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합계는 3000억원에 육박했다.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2022년(1395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3조28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으나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224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고,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1275억원) 이후 4년 만의 영업손실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매출은 2조60억원으로 4.7% 늘었지만,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9721억원으로 2.6% 감소했으며,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4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판매 부진,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수수료 부담,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부담, 소비심리 위축 등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객단가는 2021년 2555만원에서 2022년 1049만원, 2023년 184만원, 지난해 118만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신 다이소, 편의점, 올리브영 등 일반 상점에서의 외국인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한때 면세점 매출의 80~90%를 차지했던 중국인 고객의 소비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한국 면세점은 중국 소비자의 화장품 도매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고물가·고환율 탓에 다이소, CJ올리브영 등에서 가성비 제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업계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중국 고객의 소비 변화 등은 단기적 변수가 아닌 만큼 면세점 시장이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면세점업계에서는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면세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재정 악화 상태를 개선하고자 적자 지속 상태인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를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완강한 거부에 협상도 결렬됐다. 이에 최후의 수단인 공항 철수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8일 임대료 조정을 위한 2차 변론 기일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원은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법원의 강제조정안이 나오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다만 양측이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강제조정 효력은 무효가 된다. 현재로서는 강제조정안이 나와도 인천공항이 이의 제기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면세점 업계 소송 대리인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면세점 측은 강제조정안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공사 측과 최종 협상을 시도하면서 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면세점이 철수하고 위약금 감액 소송을 하거나, 철수하지 않으면서 임대료 감액 본안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철수를 하더라도 폐점할 경우 면세점당 1900억원 수준의 위약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현 상황을 유지하면 매달 60억~80억원의 적자가 지속된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상생할 수 있는 조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공항공사가 받는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하는 것은 사업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면세점 실적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면세점도 공항을 규정짓는 하나의 요소인 만큼 상황을 파악해서 업계가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향후 면세점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며 "과거와 달리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로드숍에서 가져가는 소비 패턴이 늘어나면서 면세점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철수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이고 인천공항에도 안 좋을 것"이라며 "업계 의견을 반영해서 조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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