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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생활용품 만물상점 다이소, ‘5000원 천장’ 어떻게 버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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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09. 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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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의왕 이마트점 전경/ 아성다이소
없는 게 없고, 비싸지도 않은 곳. '다이소'는 언젠가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2만~3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던 탈모샴푸를 5000원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출시한 고데기, 청소기 등 가전제품마저 이 가격입니다. 그러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 가격이냐"는 물음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물론 다이소도 부담은 큽니다. 인건비와 원자재, 물류비가 오르는 건 똑같으니까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균일가 정책'과 '박리다매' 덕분입니다.

균일가 정책은 박정부 회장이 1997년 창업 초기부터 고수해온 철학입니다.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 맞춰 원가와 유통·포장까지 거꾸로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매장에는 여섯 단계 가격(500원·1000원·1500원·2000원·3000원·5000원)만 존재합니다. 이 선을 넘는 상품은 매대에 오르지 못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소비자에게 '언제 가도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준 비결입니다. 28년간 저가로 버틸 수 있던 힘이기도 합니다. 그럼 가격 상한선은 어떻게 정해졌을까요. 2006년 추가된 5000원 제품군이 그 기준으로, 19년째 그대로입니다.

다이소는 직접 상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협력업체에서 100% 들여온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해 '유통'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른바 '상품 다변화' 전략입니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부터 겨울 외투, 화장품 등까지 내놓으며 소비자 선택지를 한층 넓히고 있습니다. 반응이 좋은 상품은 곧바로 품목을 늘려 매대를 채웁니다. 이에 브랜드들은 다이소 판매를 위한 용량과 가격을 낮춘 '세컨드 브랜드'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이에 합류했습니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놓을까요. 답은 매장 규모에 있습니다. 전국 1600여 점포에서 동시에 팔리니 상품 하나만 입점해도 단숨에 수만 개가 팔립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단가를 낮춰도 대량 납품으로 손익을 맞출 수 있으니, 결국 다이소에 입점하는 편이 더 유리한 겁니다. 물론 다이소에 소비자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합니다.

다이소가 늘 호평만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싸서 좋지만 이상한 영어 디자인은 빼달라"는 불만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이소 상품기획자(MD)들은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꾸준히 소통한다고 합니다.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상품을 고치고, 잘 팔릴 만한 요소를 찾아내는 데 집중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불필요한 문구를 뺀 '무(無) 디자인' 상품이 늘고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괜찮다'는 인식이 새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가 이미지가 강한 다이소지만, 이 같은 인기에 실적은 화려합니다. 지난해 매출 3조9689억원, 영업이익 371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새 매출이 14.7%, 영업이익은 41.8% 늘어난 겁니다. 영업이익률도 9%대로, 판매 상품의 절반 이상이 '천 원짜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놀라운 수치입니다.

최근에는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도 5000원 이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다이소의 성공이 자극이 된 셈입니다. 이 흐름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건 분명합니다. 앞으로 '제2의 다이소'가 등장할지, 다이소가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낼지 주목됩니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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