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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장동혁의 등장과 한동훈의 쇠락, 보수의 재탄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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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02. 17:52

송국건 본지 객원논설위원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장동혁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막을 내린 8월 국민의힘 당권 경쟁의 최대 패배자는 결선까지 올랐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안철수·조경태 의원도 고배를 마셨으나 김 전 장관은 대선과 당 대표 경선에서 연거푸 패함으로써 사실상 정치판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극적으로 재기할 변수가 생길지 모르나 향후 정치일정 등을 고려할 때 그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가긴 어렵다. 야권에서 이미 새판이 짜이기 시작했으므로 더욱 그렇다.

결선에 오르지 못한 안 의원도 타격을 받았다. 대선과 당내 지도부 경선 단골 출마자로, 최강 인지도에도 4강전에서 꼴찌를 차지한 건 그에겐 수모다. 더구나 경선 막판에 당 일각에서 안-조 단일화를 요구하는 바람에 또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나왔다. 이는 안 의원의 이미지에 다시 흠집이 생기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이번 경선 과정에서 가장 큰 내상(內傷)을 입은 인물은 한동훈 전 대표다. 당권 도전에 나서지도 않은 그가 입은 상처는 출마자들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우선 본인이 출마는 하지 않고 지원사격만 계속한 데 대해 비판이 있다. 불출마 이유는 여러 관측이 있으나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직전 치러진 대선후보 경선 때 자기를 꺾은 김 전 장관이 또 출마하니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또 하나의 숨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당선돼서 당 대표가 되더라도 운신의 폭이 제약됨을 내다봤을 수 있다. 여권에서 국민의힘을 해산하겠다고 벼르는 건 '계엄 찬성' '탄핵 반대'를 했다는 이유다. 한 전 대표도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계엄 반대' '탄핵 찬성' 입장이었으니 이에 저항할 명분이 없었다.

경선 과정에서의 지원사격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그는 이번에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첫째, 최고위원 경선에 친한계를 대표해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가 나갔으나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친윤계의 표가 분산되는 대신 친한계의 표가 김 교수에게 쏠리면 1등 당선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지역별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김 교수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충돌하며 '배신자' 논쟁을 벌인 결과란 분석이 많다. 그만큼 당내 경선의 방향을 결정하는 70만 책임당원들 사이에선 '반(反)한동훈' 정서가 광범위하게 흐른다는 사실이 또 확인된 셈이다.

둘째, 대표 경선 막바지에 이른바 '반탄파' 후보인 장 대표나 김 전 장관 당선을 막기 위해 '찬탄파'인 안-조 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촉구했으나 불발됐다. 한 전 대표는 당시 SNS를 통해 "상식적인 후보들의 연대와 희생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그러면 민주당 정권의 독주와 전횡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고도 했다. 그가 언급한 '상식적인 후보들'은 '찬탄파' 안철수, 조경태 의원이었다. 친한계인 조 의원은 "마음을 담아 안철수 후보께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정중히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날렸다. 그러나 안 의원은 완주를 결정했고, 둘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 전 대표의 당내 막후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걸 반증하는 결과다.

셋째, 한 전 대표는 전당대회 결선에서 김 전 장관을 밀었으나 당권은 장 대표에게 돌아갔다. 그는 "당 대표 결선에 적극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표현하는 '최악'은 저"라며 "사실상 김 전 장관 지지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장 대표는 TV 토론회에서 '내년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한다면 한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전한길"이라고 답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한동훈"을 택했다. 김 전 장관이 패함으로써 책임당원 사이에서도 한 전 대표의 인기가 예전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증명됐다.

정가에선 김 전 장관이 막판에 한 전 대표를 등에 업은 것이 결선 투표 전략의 최대 패착으로 파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책임당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한 전 대표 처지에서 보면 적어도 국민의힘 안에선 지지세를 다시 회복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오는 전망이 친한계의 집단 탈당에 의한 분당론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탈당 후 신당을 만들려면 현역 국회의원들의 동참이 필수적인데, 친한계의 구성 특성상 쉽지 않은 문제다. 친한계 의원 상당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시절에 비례대표를 받거나 국민의힘 지지세가 우세한 곳에서 공천받아 당선됐다. 그런데 비례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이 날아간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 둥지를 튼 의원들은 기득권을 버리기 어렵다. 결국 친한계는 국민의힘 안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엿보거나 차츰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전 대표는 이런 상황에 더해 또 하나의 민감한 처지에 직면했다. 애초 친한계의 핵심이었다가 지금은 돌아선 장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는 사실이다. 한 전 대표는 작년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초선 의원이었던 장 대표를 사무총장직에 파격 임명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재선에 성공한 뒤엔 작년 7월 전당대회 때 한 전 대표와 '러닝메이트'로 뛰어 수석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둘은 멀어졌고, 이번 결선 투표에서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낙선을 바라는 메시지를 날리는 관계가 돼버렸다. 적어도 2년 임기의 장동혁 체제에서 한 전 대표에게 보궐선거 공천을 주거나 할 일은 없을 듯하다.

이렇게 보면 8월 당권 경쟁을 거치면서 범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세 사람(김문수·안철수·한동훈)이 크게 상처를 입은 셈이다. 그중에서도 한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이고 친한계가 소멸 위기를 맞은 건 보수정치의 지형 변화를 불러올 핵심 변수다.

송국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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