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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멈춘 상속세법 개정 논의, 이재명 정부는 왜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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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03. 17:45

조용주 변호사
조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우리나라 상속세법은 1950년 제정되어 7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상속세 제도는 시대 변화와 경제적 사정에 맞게 손질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특히 2000년 이후로는 사실상 고정된 세율과 과세표준이 유지되면서 국민의 세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2024년 정부와 국회는 오랜 정체를 끝내고자 했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고, 자녀 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현실화하며,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의 안정적인 승계를 돕겠다는 취지였다. 국민들은 상속세 제도가 드디어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이던 시절에는 아파트 18억원까지는 상속세 비과세 하자는 이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기대는 끝내 무산되었다. 정권이 교체되자 2024년에 마련된 개편안은 시행되지 않았고, 새 정부는 아예 논의 자체를 중단해 버렸다. 이번 7월 말에 나온 정부의 2025년 내년 세제 개편안에서 상속세법 개정 내용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국민의 눈앞에서 상속세 개편은 말 그대로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속세는 더 이상 극소수 부유층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상속세 납부 대상에 해당하고, 곧 6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25%)의 두 배인 50%에 달하고, 실효세율은 일본보다도 높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77%가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고 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속세 때문에 상속인들이 대출을 받고, 상속재산을 급히 싸게 매각해야 하는 사례는 흔하다. 중소기업은 가업 승계가 가로막혀 문을 닫거나 경영권을 매각해 버리거나 해외로 떠나는 일이 벌어진다. 이처럼 상속세는 가계와 기업 모두를 압박하는 현실적 문제로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국민들은 그러한 논의가 중단된 이유를 묻고 있다. 왜 2024년 개편 논의는 시행되지 않았는가? 왜 유산취득세 전환과 공제 확대, 과세표준 조정 같은 합리적 방안이 사라졌는가? 답은 명확하다. 세수 부족과 지지층 결속이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상속세를 국가 재정의 손쉬운 수단으로 삼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를 중단한 것이다. 그러나 세금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 국민적 합의를 무시한 채 정치적 셈법으로 세법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상속세 개편은 일부 계층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삶과 직결된 과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대신 자본이득세 등 다른 방식으로 부의 집중을 조정하고 있다. 유산세로 과세한 나라는 4개 나라에 불과하다. 과도한 상속세는 조세 회피를 부추기고,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발하며, 결국 국가경쟁력을 해친다. 고세율의 상속세법을 가지고 있던 스웨덴이 상속세를 폐지한 뒤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제가 활성화된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우리 역시 현실에 맞는 상속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과도하게 높은 세율을 현실화하고, 과세표준과 공제 기준을 조정하며, 유산취득세 도입과 같은 근본적 제도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합리적인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

상속세 개편은 단순히 세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다. 정부가 이를 회피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답해야 한다. 상속세 개정 논의를 왜 멈추었는지 설명해야 하고,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 상속세 개편은 국민 다수의 삶을 위한 것이며,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길이다. 멈춘 상속세 개편,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조용주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졸업, 연대 경영대학원 석사, 한양대 도시대학원 박사수료. 사법연수원 26기로 서울, 인천 등지에서 판사경력. 중앙대 로스쿨 및 서강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현재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로 근무하면서 대한변협 부동산 및 조세전문변호사로 등록. 2023년 대한변협 우수변호사로 선정되었고, 안다상속연구소장으로서 상속전문변호사로 활동 중. 저서로는 '책 속을 걷는 변호사'와 '상속증여 솔루션'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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