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파운드리 계약 등 중장기 흐름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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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MLCC 시장은 올해 약 348억9500만달러(약 49조원)에서 2034년 1092억2000만달러(약 15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13.5%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산업용 수요가 전체의 35%, 일반 IT 기기용이 3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시장 흐름에 발맞춰 고사양 제품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MLCC뿐 아니라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등 고부가 영역을 강화해 실적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내년까지 FC-BGA 고부가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유리기판 및 차세대 패키지기판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2025년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3762억원으로, 매출 대비 6.8% 수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보다도 높은 수치다. 특히 AI 서버용 MLCC, 고전압·고용량 전장용 MLCC, 차세대 CPU용 기판, 슬림형 폴더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등 하이엔드 기술 개발이 R&D 투자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의 주요 수주 성과도 장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부터 2034년까지 월 1만장 규모의 웨이퍼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MLCC, FC-BGA, 카메라 등 전사적으로 테슬라향 부품의 주요 공급사 지위를 점하고 있다. iM증권은 해당 칩의 다이 크기를 400㎟로 가정하고 수율 50%를 적용할 경우 연간 약 880만 개 생산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테슬라 칩 출하량(약 390만 개)의 두 배를 넘는 규모로 2034년까지 연간 2조원 규모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LCC 공급 부족 우려 역시 삼성전기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전장화, 자율주행 확산, AI 스마트폰 전환 등으로 고용량·초소형 MLC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2026년 이후에는 일부 제품군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공급 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에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각사별로 생산능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며 "앞서 삼성전기가 2021년도 역대급 실적을 찍었을 때도 MLCC 쇼티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MLCC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3%, 카메라모듈은 17.3% 상승하며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7월 MLCC 제품 설명회를 통해 AI 서버와 전장용 MLCC 시장 공략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고온·고압에 견디는 전장용 MLCC, AI·서버의 대용량 연산 처리를 위한 고신뢰성 MLCC 등 고부가 제품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2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AI·서버 제품과 전장 사업 매출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며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고 고객 다변화를 통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iM증권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247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상반기 수익성 개선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