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등 수익 기반 강화 전망과 우려도
농수산물 업계 타격도 우려…경쟁구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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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을 통해 유사 입장국 간 경제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최근 영국이 추가됐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 블록이다. CPTPP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과 함께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권, 환경, 노동 등 포괄적인 분야의 규범을 담고 있다. CPTPP는 관세철폐율 수준이 99%로 매우 높은 편인 데다 규모가 커 공산품 등에 대한 상품무역 시장에서 특히 수혜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관세 부과 이후 세계 교역량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CPTPP 역내에서 철강 뿐만 아니라 공산품 대부분에 대해 무역 자유화가 이뤄지고 있어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은 일본, 멕시코를 비롯해 역내서 교역량 활성화 시키는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GDP가 0.38%포인트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또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가 전 세계 OTT에서 인기를 끄는 가운데 CPTPP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갖고 있어 불법 복제 등에 취약한 멕시코와 동남아 및 중남미 시장에서 저작권 보호 등 콘텐츠 기업들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관점도 있다. 지난해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3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류 팬은 2억2500만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멕시코가 중국 다음 2위로 2780만명의 한류 팬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은 1210만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농산물, 디지털 등 민감한 현안에서 무역장벽을 낮추는 데 따른 실익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CPTPP 가입 안 한 상태라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 등 데이터 기준과 관련된 엄격도가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가 우리보다 느슨하다"며 "디지털 무역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측면은 공감하지만, 우리 디지털 플랫폼의 현지 적응과 인지도를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다른 요인들을 고민하는 게 우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라인의 경우를 봐도 협정의 유무나 시장 개방 여부가 핵심 성공요인은 아니었다는 관점이다. 또 개별국과의 개별 협상이나 다른 디지털 무역 협정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강국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으로부터 값싼 농수산물이 대거 수입될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다만 김 교수는 "그것 때문에 여태껏 가입을 하지 못 한 것"이라며 "(만약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농수산물 개방 이슈가 발생할 경우에 CPTPP에 가입해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구도에서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쪽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