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민등록' 도입…공동체 일원으로 참여·교류
기지 탐험·탐구생활·프로토타입 실험실로 창작 생태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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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는 1907년 조성된 대구 최초의 신작로로, 경부선 철도 개통과 대구역 건립 이후 상업 중심지로 발달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미나카이백화점 같은 근대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6·25 전쟁 이후에는 미군 물자가 유입되면서 철물과 공구 중심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근대 건축물과 공구상, 예술가들의 공간이 공존하며 창작자들에게 보물창고 같은 거리로 불린다.
청년마을은 행정안전부가 청년 유입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국 곳곳에서 청년들이 모여 살며 창업·문화·관계망을 실험하는 공동체다. '프로토타운 북성로(프로토타운)'는 올해 청년마을로 새로 선정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만수 프로토타운 대표는 "청년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자기 길을 개척하는 곳이라,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마을이라는 뜻에서 '프로토타운'이라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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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구조 역시 한 팀 주도의 다른 청년마을과 달리, 10년 이상 활동해온 창작자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공동 운영하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김인혜 프로토타운 사무국장은 "특정 팀이 끌고 가는 방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활동해온 창작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고 자생력이 크다"고 말했다.
북성로에는 12개 창작팀의 작업 공간이 '기지'로 지정돼 있다. 청년들은 '기지 탐험'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촬영, 도자 제작, 인디 음악 녹음, 초상화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길잡이 탐구'에서는 각 기지의 선배 창작자들이 실패와 성공담을 들려준다. 6~7주 동안 진행되는 '북성로 탐구생활'에서는 팀을 꾸려 멘토와 함께 실제 창작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마지막 단계인 '프로토타입 실험실'에선 200만~3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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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사무국장은 "예술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생활비를 벌 수 있는 통로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자생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프로토타운 기지 중 지역 이야기를 출판하는 대구 최초 독립서점 '더폴락'은 책 속의 문장을 편지에 옮기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받으면서 익명의 누군가와 연결되는 프로그램 '익명 편지 교환' 체험을 마련했다. 복합문화공간 '대화장'을 운영하며 영상·디자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레인메이커는 셀프 촬영한 사진 등을 활용한 개인 포스터 제작 체험 등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향후 프로토타운은 체험 프로그램을 패키지화해 관광객에게도 개방하고, 마을 굿즈와 관광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만수 대표는 "1~2년 차는 마을 내부의 즐거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3년 차에는 외부 소비자와 관광객이 우리 마을을 소비할 수 있게 하겠다"며 "북성로를 대구 청년 창작의 상징으로 브랜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북성로에는 이미 훌륭한 팀들이 많지만 그동안은 각자 포도알처럼 흩어져 있었다"며 "프로토타운은 이들을 한 송이로 묶어내 협업과 교류가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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