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교도 무망할 가능성 농후
라이칭더 총통 위기도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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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열병식은 중국에 비판적인 쯔유스바오(自由時報)를 비롯한 대만 진보 매체들의 7일 보도를 종합하더라도 분명히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려 66년 만에 처음으로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3국 지도자가 공식석상에서 한 자리에 모여 열병식을 참관한 사실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훙슈주(洪秀柱·77) 전 대만 국민당 주석이 참석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톈안먼(天安門) 망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한 것만 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한다.
더구나 톈안먼에 도착하자마자 항일 전쟁에서 활약한 노병 참석자의 휠체어를 밀면서 대화를 나눈 훙 전 주석의 행보도 거침이 없었다. 귀빈석에 착석하기 직전 중국의 전, 현직 당정 지도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열병식을 전후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면담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양안 최고의 아이돌 중 한명으로 꼽히는 어우양나나(歐陽娜娜·25) 등의 유명 연예인들이 당국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열병식을 극찬한 것까지 더할 경우 열병식이 대성공하면서 양안 관계의 급냉을 이끌었다는 결론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만 당국을 대략 난감하게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대만 당국은 상황이 예사롭지 않자 서둘러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나섰다. 우선 훙 전 주석과 연예인들에 대한 처벌을 않겠다는 관용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을 비롯한 반중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병식 성공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 중국의 위상 강화로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 된 국제사회에서의 외톨이 처지를 어떻게든 극복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라이칭더 총통의 행보 역시 비슷하다. 열병식을 전후해 "총으로 평화를 살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통해 중국을 비난했으나 효과는 별로 없다고 해도 좋다. 오히려 지지율이 30% 전후에 그치면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칫 잘못하면 탄핵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대만과 라이 총통의 처지가 중국 열병식의 성공으로 최악 상황에 내몰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