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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 넥타이를 맨 정장을 입고 경기 시작 45분 전쯤 뉴욕에 있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광판에 비친 대통령의 얼굴에 2만4000석 규모의 스타디움 곳곳에서 야유와 휘슬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가 연주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 짓자 더 큰 야유가 쏟아졌다.
이후 그는 경기 내내 박수를 거의 치지 않은 채 관람했다.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이탈리아의 얀니크 시너를 꺾는 장면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묵묵히 경기를 지켜봤다.
대회 조직위는 대통령 방문을 고려해 경기 시작을 30분 늦췄지만,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으로 관중 대기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수천 명이 입장하지 못한 채 경기가 시작됐고, 상단 관중석 상당수는 한 시간 가까이 텅 비어 있었다. 미 비밀경호국은 성명을 내 "대통령 경호에 따른 포괄적 조치가 불가피했다"며 "관중의 인내와 이해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승전에 스위스 시계업체 롤렉스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스위스산 제품에 3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15%)이나 영국(약 10%) 제품에 적용되는 세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기업 초청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들어 정책 유세 대신 스포츠 이벤트를 중심으로 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슈퍼볼(미식축구)·데이토나 500(자동차 레이싱)·UFC 경기(종합격투기)·NCAA 레슬링 챔피언십,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축구)에 참석했고, 행사마다 환호와 야유가 엇갈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경기장 밖에서 대규모 시위는 없었지만, 관중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지지의 상징인 빨간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보스턴에서 온 한 여성 팬은 "빨간 모자가 마가 모자로 보일까 싶어 일부러 분홍색 모자를 골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팸 본디 법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등 측근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