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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UBS 아레나에서 열린 '2025 MTV VMA'에서 브루노 마스와의 듀엣곡 '아파트(APT.)'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를 수상했다. MTV VMA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어워즈, 아메리카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의 4대 음악상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의 노래' 부문은 '올해의 비디오(Video of the Year)'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와 함께 MTV VMA의 3대 본상으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곡에 주어진다. 블랙핑크가 '베스트 그룹(Best Group)'을 수상하며 로제는 이날 2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로제는 이번 수상으로 MTV VMA에서 장르 부문이 아닌 주요 부문을 수상한 첫 K-팝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앞서 방탄소년단이 2021년 '다이너마이트'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아파트'는 재즈와 R&B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편곡과 섬세한 감정선을 앞세운 발라드 트랙이다. 로제 특유의 허스키한 보컬과 브루노 마스의 유려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며 전 세계 청취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가사 전반은 영어로 구성됐지만 로제 특유의 감정을 한국어로 짧게 녹여낸 대목은 글로벌 청중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K-팝의 정체성을 유지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MTV는 2019년부터 'K-팝 부문'을 신설하며 장르의 인기를 반영했지만 주요 부문에서는 팝 시장 주류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주로 호명돼왔다. 이번 수상은 K-팝이 더 이상 특수한 장르로만 분류되지 않고 보편적 감성과 음악적 완성도를 갖춘 글로벌 음악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제는 수상 소감에서 "음악의 국적이나 언어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라며 "이 곡을 함께 만들어준 브루노에게 감사하고, 전 세계 팬들에게 이 트로피를 바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트로피를 꿈을 좇았던 16살의 저에게 바친다.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순간이기에 기쁘게 이 상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상이 로제라는 아티스트의 확장성을 보여준 동시에 브루노 마스라는 팝 아이콘과의 협업이 K-팝의 정체성을 희석시키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시너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로제의 수상은 K-팝이 더는 장르적 특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음악 생태계 중심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면서 "퍼포먼스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사와 감성만으로도 주류 시장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시상식에서 K-팝은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로제를 비롯해 블랙핑크가 '베스트 그룹'을, 캣츠아이가 '올해의 푸시 퍼포먼스(PUSH Performance of the Year)'를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했고 블랙핑크 리사는 올해로 통산 3번째 K-팝 부문 '올해의 K-팝'을 수상했다.
최고상인 '올해의 비디오'는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브라이터 데이즈 어헤드'(brighter days ahead)에 돌아갔다. 레이디 가가는 '올해의 아티스트' '베스트 컬래버레이션'(Best Collaboration)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최다관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