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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보름 넘게 비어 있는 행안부 대변인...‘구조적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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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9. 09. 16:29

100120김남형 증명사진
행정안전부 대변인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습니다. 국정을 총괄하는 부처에서 정책 메시지를 조율하고 언론을 상대하는 핵심 창구가 보름 넘게 공석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인사 지연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조직 설계의 허점이 어떻게 불균형을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애초 행안부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으로 승진하며 자리를 옮겼습니다.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됐지만, 이마저도 한 달 만에 해제되면서 8월 20일 이후 지금까지 대변인은 공석 상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실이 기자단에조차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변인실은 언론과 정부를 잇는 공식 창구인데, 그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투명성과 신뢰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언론이 상황을 제대로 공유받지 못한 채 업무를 이어간다면 정부 정책 메시지도 왜곡되거나 불필요한 혼선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는 홍보담당관, 즉 과장이 대변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장은 직급상 실장급 직무대리를 맡기 어렵습니다. 제도적 한계를 안은 채 임시방편으로 운영되는 셈입니다.

행안부는 폭우·폭염·가뭄 등 각종 재난 상황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습니다. 재난 대응은 차질이 없지만, 이를 설명하고 국민과 소통할 대변인 창구는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위기관리와 소통 기능 사이에 균형이 무너진 것입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인사 공백을 넘어 조직 설계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행안부는 재난 대응뿐 아니라 지방자치와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입니다. 그런 부처에서 대변인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은 단순한 빈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정책 메시지를 조율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가 흔들린다면 정책 전체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불균형의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정홍보 강화를 명분으로 7개 부처 대변인을 국장급에서 실장급으로 격상했지만, 국장 보좌 체계 없이 1급 대변인만 두는 구조로 운영됐습니다. 외교부처럼 원래부터 1급 대변인이던 부처는 대변인 밑에 국장을 두고 있어 직무 공백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었지만, 행안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작은 정부 기조 속에서 직급 신설을 꺼린 결과, 대변인실 운영의 안정성이 흔들린 것입니다.

만약 대변인 밑에 국장이 있었다면 이번처럼 직무대리가 공석으로 남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과장이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떠맡는 아이러니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행안부 대변인 공석 사태는 인사 지연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정책 메시지를 조율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대변인 직급만 올려놓고 그에 맞는 조직적 뒷받침을 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혼선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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