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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경쟁이 아니라 ‘국가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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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2. 16. 14:45

22일 방추위, HD현중·한화오션 상생협력 결단 내려야
KDDX, ‘한 기업 독식’도 ‘제로섬 경쟁’도 답 아니다
HD현대중공업...플랫폼과 건조의 글로벌 절대 강자
한화오션..차세대전투체계·유무인통합역량 강자
1216 KDDX+HHI현중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산전시회에 공개된 바 있는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차기구측함(KDDX, HDD-9000) 모형. 기존 KDX-III 계보를 잇는 보수적·검증형 디자인을 바탕으로 대형 수상함 양산·건조 안정성 강조한다 2025.05.28. 사진=구필현 기자
한국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이하 KDDX)은 단순한 조선사 수주 사업이 아니다. KDDX는 향후 30년간 한국 해군의 전력구조를 규정할 '한국형 이지스' 핵심 플랫폼이자, 한국 조선·방산 산업이 수상함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략적 시험대다. 오는 22일 방위사업청 주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이 사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 선택지는 경쟁입찰과 상생협력, 두 갈래로 압축돼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절차가 아니라 국가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완성할 것인가에 있다. KDDX는 "누가 이기느냐"를 가리는 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감당 가능한 리스크 안에서 최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할 사업이다.

최근 대통령의 "벌점·방산비리 기업에 특혜는 없다"는 발언 이후 KDDX 논의는 경쟁입찰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공정성과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KDDX는 정책·군사·산업 측면에서 동시에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경쟁입찰은 형식적으로는 명확하지만, 실제로는 ▲사업 일정 지연 ▲조선 방산 생태계의 양극화 ▲해군 전력 공백이라는 구조적 비용을 수반한다.

HD현대중공업, '플랫폼과 건조의 세계적인 절대 강자'

HD현대중공업은 한국 해군 대형 수상함 건조의 핵심 축이다. KDX-I·II·III, FFX, 대형수송함 등 한국 해군 주력 수상함의 대부분을 건조해온 경험은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다.
대형 선체 설계와 건조 안정성, 대규모 양산과 납기 관리 능력, 글로벌 조선 1위 그룹의 공급망은 KDDX 플랫폼 완성도의 핵심 요소다.
반면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벌점 논란은 분명한 약점이다. 정치·행정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단독 수의계약이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1216 KDDX+한화오션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산전시회에 공개된 바 있는 한화오션의 한국형차기구측함(KDDX) 모형. 전투체계·통합마스트 중심 설계가 부각된다. 2025.05.28. 사진=연합
한화오션+한화시스템 '전투체계·통합역량의 글로벌 강자'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더불어 함정 전투체계와 통합 역량에서 빠르게 부상한 기업이다.
장보고(KSS-III) 잠수함 사업을 통해 축적한 체계통합 경험, 스마트십과 AI 기술, 강화된 품질·보안 관리 능력은 KDDX의 미래 지향성과 맞닿아 있다.
통합마스트, 센서 융합, 유·무인 복합 운용 측면에서 한화오션의 강점은 분명하다.
다만 대형 구축함 선체 건조 경험과 수상함 대량 양산 노하우에서는 HD현대중공업에 비해 한계가 존재한다.
때문에 단독 수행 시 플랫폼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많은 K-해양방산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1216 KDDX+한화오션+어성철
한화오션이 지난 10월 14일 '차세대 함정 스마트 기술 연구회 포럼'을 개최하고, 어성철 사장이 자사의 차기 전투함정에 탑재하는 레이더·센서 일체형 스텔스 설계 AI·유무인 연동 전투체계 이미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5.10.14 사진=구필현
KDDX는 '이길 기업'을 고르는 사업이 아니다

이 같은 구조를 종합하면, KDDX는 경쟁으로 한쪽을 배제할수록 리스크가 커지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선체·플랫폼·양산의 강점이 있고,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더불어 전투체계·통합·미래기술에 대한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

즉, HD현중과 한화, 두 기업은 경쟁 상대라기보다 상호 보완적 구조에 가깝다.
KDDX가 요구하는 것은 단일 기업의 우수성이 아니라, 플랫폼 안정성과 체계 통합, 향후 수출형 확장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조합이다.

상생협력은 특혜가 아니다. 이는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한 봉합책이 아니라, 국가 전력 완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 방식에 가깝다.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유럽의 차세대 프리깃 사업에서도 복수 기업 협력 모델은 일반적이다. 승자독식이나 패자 탈락 구조가 오히려 예외에 가깝다.

22일 방추위는 단순한 사업자 선정 회의가 아니다. 한국 해군의 미래 전력, K-방산 수상함 수출의 지속 가능성, 조선 방산 생태계의 구조를 동시에 판단해야 하는 정책 회의다.
경쟁입찰은 결정이 빠를 수는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가장 비싼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상생협력은 설계와 조정이 어렵지만, 가장 안정적이고 전략적인 해법이다.

KDDX는 '이길 기업'을 고르는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감당 가능한 리스크 안에서 최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묻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강점을 결합해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모델을 완성하는 길, 그것이 KDDX가 국가 프로젝트로 접근돼야 하는 이유다.

22일 방추위의 결단이 경쟁의 논리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논리에 근거하길 기대한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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