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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화재 피해 복구공사로 장기간 휴관이 불가피하게 되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 2월 1일 오전 교육공간 조성 및 사무실 증축공사 중 3~4층 철재 계단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작업자 2명이 구조되고 4명이 대피했으며,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이 다쳤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3층 한글놀이터 천장 일부 구역은 철골보 교체 등 구조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에서도 천장 약 102㎡와 바닥 30㎡ 범위에서 소화용수로 인한 누수와 곰팡이가 발생했다. 이는 수장고 전체 면적(574㎡)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화재 발생 당일 보물을 비롯한 주요 유물 26건(257점)은 인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후 소장품 총 2만5918건(8만6796점)을 추가로 이전해 현재 약 9만점의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3곳에서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
박물관은 올해 10월 설계에 착수해 내년 7월 복구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복구공사는 3층 화재 피해 및 건물 외벽 시설물 복구공사와 기존 증축공사를 통합해 추진된다. 총 공사비 175억원 중 내년 예산으로 40억원이 반영됐다.
휴관 기간에도 박물관은 문체부 산하 박물관 및 공공기관 공간을 활용해 본연의 기능을 지속한다. 올해에는 지역 순회전시 7회와 기획전시 2회를 진행하고, 11월에는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전시를 개최한다. 내년에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 한글날 100주년, 훈맹정음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3회 특별전을 연다.
교육 프로그램은 온라인과 현장 교육을 병행해 운영한다. '문화역서울284' 스튜디오를 활용한 온라인 교육, 국립민속박물관 '볕들재'에서 외국인·초등생 대상 집합교육, 장애인문화예술교육진흥원 '모두미술공간'에서 장애인 대상 집합교육을 진행한다.
박물관의 인기 콘텐츠인 한글놀이터는 내년 10월 세종시에 조성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권역별로 매년 1개소씩 전국으로 확산한다. 한글놀이터 캐릭터 '말랑통통'도 올해 개발해 세종관에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제579돌 한글날을 맞아 박물관은 10월 11일~14일 '2025 한글한마당' 행사와 연계해 광화문 광장에서 '한글전등 만들기', '한글열쇠고리 만들기' 등 6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글문화산업전'도 개최해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한글문화상품과 강익중 작가의 한글 작품을 공개한다.
강 관장은 "국민들이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건물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보강하는 게 중요하다"며 "휴관 기간에도 박물관 기능이 소홀하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복구공사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