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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를 차단하라, SNS 말고!”…네팔 총리 사임시킨 Z세대의 디지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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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10. 09:42

NEPAL-PROTESTS/ <YONHAP NO-5875> (REUTERS)
9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총리실과 정부 부처들이 모인 싱하 더르바르궁전에서 네팔 국기를 들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네팔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지령과 그로 인해 벌어진 시위에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9일(현지시간) 사임했다고 로이터·AP 등이 보도했다. 조직화된 정당도, 군부의 쿠데타도 아닌 교복을 입은 10대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Z세대의 분노가 만들어낸 '디지털 혁명'이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주 네팔 정부가 페이스북·X(엑스·옛 트위터) 등 주요 SNS 플랫폼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곧바로 젊은 세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비판하며 소통해 온 Z세대에게 이번 조치는 자신들의 유일한 목소리를 틀어막고 부패한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시도로 비쳤다. 시위 현장에 등장한 "부패를 차단하라, SNS가 아니라"라는 구호는 이들의 분노를 명확히 드러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정부의 통제를 비웃듯, 아직 차단되지 않은 틱톡이나 바이버 같은 앱을 이용해 순식간에 시위 장소와 시간을 공유했다. VPN(가상사설망)을 통한 우회접속도 대거 이뤄지며 VPN 사용량이 8000% 폭증하는 등 네팔의 Z세대는 능숙하게 디지털 국경을 넘나들며 저항을 조직했다. 특정 지도부나 조직 없이도,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정부의 SNS 차단 조치는 기폭제에 불과했다. 그들의 분노는 '미래가 없는 나라'에 대한 절망감이라는 훨씬 더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은 인구의 20%가 빈곤선 아래에 있으며 청년 실업률은 22%를 넘어선다. 상위 10%가 하위 40%보다 3배 이상 버는 극심한 불평등 속에서 젊은이들은 부패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느꼈다. 네팔의 수백만 명의 청년들은 자국 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한국·말레이시아·중동 등 해외로 떠난다.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 자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없다면 네팔의 경제도 굴러가지 못한다는 말이 오늘날 네팔의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Z세대 혁명'은 부패와 불평등으로 미래를 저당 잡힌 Z세대가 자신들의 마지막 남은 소통 창구마저 빼앗기자 터져 나온 필사적인 저항인 셈이다.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시위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래퍼 출신의 30대 정치인 발렌드라 샤 카트만두 시장이다. 그는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의 거리와 수로를 청소하는 캠페인을 벌여 지난 2022년 네팔 공산당과 네팔의회당 등 거대 정당 후보를 제치고 시장에 당선됐다. 공약으로 제시한 반부패·사회기반 시설 확충 등에도 힘쓰고 있어 Z세대가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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