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도 속도
"삼권분립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
사법부 독립 무시해도 되나" 비판
![]() |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원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 속에도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 |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는 지난 15일부터 본격적으로 분화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반(反)이재명 정치투쟁의 선봉장이 됐다"며 공식적으로 사퇴를 요구했고, 정 대표의 발언 이후 여당 내 '조 대법원장 사퇴' 목소리가 증폭됐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거드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입법·행정부가 사법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다.
법제와 사법 관련 주요 사안을 심의·감독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추미애 위원장은 연이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추 위원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범 윤석열과 그가 엄호하는 조 대법원장은 내란 재판을 교란하는 한통속"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안을 확정하고,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번 정기 국회 안에 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행 14명인 대법관 증원을 26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매년 일정 규모의 대법관을 증원해 대법원의 사건 과부하를 해소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치적 성향이 짙은 인사들이 대거 진입 또는 대법원 권위가 약화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여당의 전례 없는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가의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눠 견제·균형을 이루게 하고, 이를 통해 권력 남용을 막고 국민의 자유·권리를 보호하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행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여당의 사법부 압박에 대해 "위헌적인 사법부 독립의 침해라고 본다"며 "그 뿌리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상위다'라는 인식이 민주당 전체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장 명예교수는 "삼권분립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며 "하위 권력이 상위 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사법부도 입법부나 행정부를 견제·통제하려고 하지 마라'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 등 위헌적인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건 입법부 스스로가 위헌이고 삼권분립 침해라고 강조했다. 장 명예교수는 "헌법은 국민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국민주권의 표시"라며 "그 헌법이 정하고 있는 사법부 독립을 그렇게 무시해도 되느냐"고 했다.
검찰 출신 법무법인 산지의 최기식 변호사는 "우리 헌법에는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위라는 표현이 전혀 없다"며 "입법·행정·사법이 엄연히 구분돼 있고 각각 역할에 따라 견제·균형을 맞추는 것인데 우위에 있는 듯한 인식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