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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세 속 하마스의 인질 카드…트라우마 자극한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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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5. 09. 21. 10:14

전문가 "휴전 협상 촉매제 될 수도" 분석
최악의 인도적 비극으로 치달을 위험도 상존
화면 캡처 2025-09-21 094424
공격 받은 가자시티. /EPA 연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시티 지상 공세에 맞서 인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번 메시지는 단순한 협박을 넘어 이스라엘 사회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자극하려는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 47명의 얼굴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사진 아래에는 모두 '론 아라드'라는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라드는 1986년 레바논에서 실종된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다. 2016년 정부는 포로 상태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유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아라드의 실종은 국가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유해조차 돌려받지 못한 가족의 고통은 장례를 중시하는 유대 사회에서 특히 큰 상처다. 따라서 하마스가 이 이름을 차용한 것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심리적 충격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터에는 "네타냐후의 거부와 자미르의 굴복으로 가자시티 군사작전이 시작됐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는 인질 석방·휴전 합의를 거부한 네타냐후 총리와, 휴전을 주장했지만 결국 공세를 지휘한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을 동시에 겨냥한 비난이다. 하마스는 이를 통해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적 균열과 군 지휘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하마스의 메시지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향한다. 인질들의 생사를 담보로 한 위협은 휴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신호로 읽힌다. 미국과 카타르 등 중재국이 인질 문제를 우선 의제로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시지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인질 가족과 여론의 압박은 네타냐후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인질의 안전을 담보로 한 협박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이스라엘의 가자 공세와 하마스의 인질 전략이 맞물린 지점에서는, 휴전과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최악의 인도적 비극으로 치달을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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