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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반짝’ 정제마진에 샴페인 없다… 정유사, SAF 골든타임에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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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9. 21. 17:15

1. SK 울산Complex 전경 사진
SK 울산 석유화학단지 공장 전경./SK
"최대 1조원까지 들어가는 설비 투자가 필요해진 시점이라 단순한 실적 회복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최근 정유업계에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에 대한 증설 필요성이 제기되자 업계는 고민이 큽니다. 정제마진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이 열렸지만, 단기적 실적개선만으로는 이러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SAF는 폐식용유, 바이오 원료 등을 활용해 항공유에 혼합함으로써 기존 화석연료보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연료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으로 꼽히기도 하는 만큼, SAF 전환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미 주요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SAF 2% 혼합을 의무화했고, 2030년에는 6%, 2050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통해 SAF 생산·사용 확대를 장려하고 있고, 일본 역시 2030년까지 SAF 혼합률 10% 달성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2027년부터 SAF 1% 혼합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입니다. 지난 18일 산업부는 SAF 도입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2027년 1% 혼합은 정유사들이 추가 공정 없이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투입해 생산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2030년 3~5%, 2035년 7~10%로 확대된다면 SAF 전용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SAF 전용 설비 구축에는 수조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들어갑니다. 이미 석유화학 업계가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정유사들 역시 여유 자금을 SAF 설비에 쏟아붓기란 쉽지 않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유사들이 대부분 석화 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구조조정 부담과 SAF 투자 과제가 동시에 겹쳐 있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거론됩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SAF를 실제로 급유해야만 탄소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제 노선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공급망을 선점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곧 미래 생존 전략이라는 얘기입니다.

정제마진 회복은 분명 숨 고르기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업계가 직면한 진짜 과제는 SAF 전환과 그에 필요한 설비 투자,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할 제도적 지원입니다. 정부가 석화업계 구조조정 지원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유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의 투자 타이밍을 놓친다면 우리나라가 자랑해 온 석유제품 수출 강국의 지위도 더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제마진 회복이라는 호재 속에서도 SAF 투자가 업계의 가장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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