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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무관세 파고 앞둔 국내 낙농업, 생존 해법은 ‘프리미엄·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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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연 기자

승인 : 2025. 09. 24. 07:55

내년 FTA 발효로 미국·EU산 우유 공세
"가격 아닌 가치 경쟁으로 돌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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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연합뉴스
국내 낙농업계에 또 한 번의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원재료 가격 상승, 저출산으로 인한 소비 침체, 인건비와 사료비 부담에 이어 저가 수입 우유의 공세까지 겹치면서 낙농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낙농진흥회 개편과 원유 가격 연동제 개선을 통해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수입 개방의 현실을 막을 수 없다면 국내 낙농업계는 생존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답은 '프리미엄화'와 '글로벌화'다.

23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흰 우유 제품에 들어가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L)당 1084원, 치즈·분유 등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882원이다. 뉴질랜드·미국 등 주요 낙농 수출국의 원유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그나마 지금은 관세로 가격 차를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저렴한 가격의 수입 우유가 대량으로 들어오면 가공업체들은 국산 원유 사용 비중을 줄이고 수입산으로 대체할 유인이 커진다. 결국 국내 원유는 '값비싼 원료'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소비다. 저출산과 인구 구조 변화로 우유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우유가 가격 경쟁력마저 잃어버린다면 낙농가의 존립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을 통해 원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내산 우유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승부해야 한다. 단순히 원유를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청정 원유, 고단백·고칼슘 기능성 우유, 아토피·알레르기 개선에 도움을 주는 특수 우유 등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A2 우유, 락토프리 우유 등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으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의 해법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K푸드 열풍이 이미 김치·라면·소주에 이어 전 세계로 확산된 만큼 'K우유' 역시 새로운 수출 상품이 될 잠재력이 크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동 등은 낙농업 기반이 약해 유제품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 지역을 공략한다면 한국 낙농업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업체들이 단독으로 나서기보다 정부와 협력해 국가 차원의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질랜드의 '폰테라', 덴마크의 '아를라'처럼 국가 대표 유제품 브랜드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목장의 생산성 개선' '유통 효율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해외 판로 개척'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와 지원의 틀을 단기적 가격 유지가 아니라 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맞춰야 한다. 2026년은 이제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이야말로 국내 낙농업계가 '양에서 질로' '내수에서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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