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임신부, 전문가 상담 후 복용”
의협·약사회 “자폐 연관성 없어…최소 용량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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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의료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2000년 이후 자폐증 비율은 400% 이상 증가했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의사에게 타이레놀을 임신 중에 사용하면 자폐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 작용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대표제품이 타이레놀이다. 국내에서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단일제·복합제 허가 제품이 1300여개에 이를 정도로 널리 사용된다.
트럼프 발언으로 임신부들의 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즉각 공식입장을 내놨다. 식약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국내 허가사항에는 임신 중 복용과 자폐증 발생 간 연관성은 기재돼 있지 않다"며 "임신부의 발열 자체가 태아 신경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고열 시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제를 적정 용량(하루 4000mg 이하) 내에서 복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의협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유발은 과학적으로 확립된 근거가 없다"며 "필요할 경우 단기간,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안전성이 인정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확실한 주장에 불안해하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복용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이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강력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또한 "임신부의 발열 자체가 태아 발달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아세트아미노펜은 현재 가장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이라며 "불확실한 주장으로 불안을 증폭시켜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란의 근거는 대부분 관찰연구다.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여성의 자녀에게서 자폐나 ADHD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된 것이다. 그러나 인과성을 확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발표된 검토 논문 역시 수십 편의 연구를 종합해 "연관성을 시사하는 결과는 존재하지만, 인과관계는 불확실하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연구팀도 유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이날 미국 FDA는 관련 검토에 착수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산부인과학회 등 국제 보건기구와 전문가들은 일제히 "신뢰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 역시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연구 결과에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국내 제약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인해 소비자 불안이 커질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초기 해열·진통제 판매가 급감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 FDA가 라벨 경고 문구를 강화할 경우, 동일 성분을 쓰는 국내 해열진통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는 "개인별로 의료적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약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며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미국 정부의 발표에 대한 의견 및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며, 관련 자료 및 근거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중히 검토해 새로운 과학적 증거 및 사실이 발견되면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