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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최대 쟁점 ‘무제한 통화스와프’… “美 투자 최소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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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5. 09. 25. 17:38

3500억달러, 외환보유액의 84% 달해
전액 현금 對美 투자땐 외환위기 충격
韓, 달러 수요 대비 체결 필요성 강조
美, 협상 카드로 활용… 향방 불확실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협상이 최근 양국 관세 협상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대미 투자로 인한 달러 수요 급증과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모양새여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환율협상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가 미국을 찾아 통화스와프 협상에 나선 이유는 이번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3500억 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한 데 있다.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이 비상시 상대국 통화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외화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한다. 만약 대미 투자로 실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 단기간에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원화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의 '심리적 방화벽' 역할을 한다.

한국은 현재 일본, 중국, 스위스, 호주 등 10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으며, 캐나다와는 한도 없는 계약을 유지 중이다. 미국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600억 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었다. 두 차례 모두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꺾이며 시장 안정 효과가 입증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5년 8월 말 기준 4163억 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지만 이 같은 규모가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단기간에 대규모 해외투자나 금융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단숨에 수백억 달러가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할 때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보여도 시장심리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이번 미국 측 요구액이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해, 전액 현금 투자 시 외환위기급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 달러를 통화스와프 없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충격을 맞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일본 사례를 언급하고 있으나, 양국 상황은 크게 다르다.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1조3044억달러로 한국의 3배 이상이며 기축통화국 지위를 바탕으로 미국 연준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반면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으로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가 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이 대통령도 이날 미국 뉴욕에서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 "한국은 경제 규모와 외환 시장의 측면에서 일본과는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해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한미간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은 대미 투자의 최소 조건이라는 시각이다. 김흥종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은 미국이 한국을 금융협력 측면에서 주요국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의미가 있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하지만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하면 통화스와프 없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이뤄져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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